사채이자율을 연 60%로 제한하는 금융이용자보호법 제정이 일단 무산돼 사채업자들이 쾌재를 부르는 만큼 서민들의한숨은 깊어지게 됐다.하지만 최근 신용금고, 은행, 여신전문업체 등 금융기관들이 ‘제도권 사채(私債)’를 표방하며 소액 신용대출 상품을 쏟아내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다. 기존 사채를금융권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에서부터 고금리 소액 급전 상품까지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소액 신용대출에 가장 적극적인 금융기관은 상호신용금고. 대출 금리는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까다롭지 않은 대출조건으로 사채 갈아타기용 상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스위스금고는 이달 초부터 연 48%의 금리로 200만원까지 빌려주는 ‘체인지 론’을판매하고 있다. 금융기관 상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초고금리를 제시하지만 대금업체에서 돈을 빌린 증명서만 있으면 누구나 즉시 대출이 가능하다.
발매 20일만의 대히트에 고무된 회사측은 최근 한도 300만원까지 연 60%의 대출상품까지 시판했다. 푸른금고도사채 이용자들을 상대로 연체 여부와 관계없이 연 29%의 금리로 최고 100만원까지 대출해주며, 한솔금고는 ‘모드니 대출’을내놓고 있다.
할부금융사들도 ‘대출전용카드’를 무기로 소액 대출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캐피탈은 최근 신용평가가 불가능한재래시장 상인 및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소액신용대출 ‘아하 C&C론’을 출시했다.
은행, 보험, 신용금고 등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100만~500만원을 대출해준다.금리는 신용도와 기간에 따라 연 18.9~22.9% 수준. 또 현대캐피탈의 ‘드림론패스’,롯데캐피탈의 ‘캐시론 카드’를 이용해도 500만~1,000만원의 신용대출이 가능하다.
소액대출 시장을 외면해왔던 은행들도 최근 다양한 상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전북은행은 도ㆍ소매 서비스 업종종사자, 신용카드 가맹점 주인, 재래식 시장상인 등을 대상으로 1,000만원 한도로 매일상환대출을 해주고 있다.
정해진 대출기간 동안 원금과 이자를매일 나눠서 갚는 이른바 ‘일수 대출’ 방식을 도입한 것. 대출금리는 연 15.7%로 대출기간은 30~200일 사이에서 고객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이밖에 제일은행이 ‘퀵캐시론’을통해 최고 700만원까지 연 13.9~22.9%의 금리로 소액 급전대출을 실시하고 있으며 한미은행도 단골고객을 상대로 100만원까지 즉시 대출해준다.
금융기관 소액대출에 대해서는 사(私)금융 피해 최소화에 효과적이라는 견해와 금융기관들의 얄팍한 상술이라는 지적이 엇갈린다.
LG경제연구원은 “체계화한 신용평가시스템을 갖춘 제도금융기관의 소액대출 활성화가 자연스럽게 사채시장의 이율을 시장 수준으로 낮추거나사채시장 자체를 축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한 임원은 “연 40%를 넘는 금리는 아무리 사채금리보다 낮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빚관리가 불가능한 금리”라며 “제도금융기관이틈새시장을 이용해 횡포를 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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