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권력의 생존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독자나 시청자라는 국민의 신뢰가 존망을 좌우하는 것은 언론이나 권력이나 유사하다.하지만 신뢰도가 추락할 경우 언론은 망하지만 정권은 신뢰와 상관없이 계속된다.신뢰도 저하는 구독료수입과 광고수입의 축소로 신문을 망하게 하지만정권의 자금원인 세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언론은제4부로서 권력의 감시자이다. 우리의 과거는 언론이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을 때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것을 보여주고 있다.
IMF경제위기나 지금의 교육위기는 좋은 예이다. IMF경제위기라는 권력과 정부의 실수는 국민들의 소득감소라는 고통을 가져왔다.
‘BK21사업’에 정부가 책정한 예산은 7년간1조4,000억원이지만 교육정책의 실패 때문에 미국유학으로만 빠져나간 돈은 매년 1조3천억원이다.
오늘날 국민들의 고통스런 삶을 가져온 것은 대부분 정부나 권력의 실패에 있다. IMF 경제위기, 교육위기, 공적자금의과도한 투입 등은 분명히 정부나 권력의 실수이다.
물론 이 같은 실정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감시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못한 책임이다.
언론사에수 백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것이 그 동안의 실수에 대한 대가로 국민들에겐 후련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후련함은 후련함으로 그치면안 된다.
즉 후련한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언론이 건전한 감시자로서 강하고 당당하게 변모하도록 도와야 한다. 모든 언론이 없어지면 국민이 좋아할것인지, 권력이 좋아할 것인지는 역사가 말해준다.
정부는현재 실정(失政)을 거듭하고 있고 미래에도 초래할 가능성은 있다. 정부의 실정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건전하고 경쟁력있는 언론을 갖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이다.
즉 경쟁력 있는 감시견, 즉 좋은 감시견(watch dog)을 갖는 것이 국민들의 희망이다. 언론을죽이는 것이 아니라 언론의 경쟁력을 강화해 좋은 감시자를 두는 것이 국민들을 위하는 것이다.권력은당당하고 건전한 언론을 기피한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언론은 감시자로서 권력과 정권의 안위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언론 없는 정부정부 없는 언론’가운데‘정부 없는 언론을 선택케 한 근본적인 이유이다.
세무조사로상징되는 언론과 권력의 갈등은 언론 죽이기가 아니라 언론의 경쟁력 강화로 귀결돼야 한다. 우리는 신문과 희로애락을같이해 왔다.
문제는 있었지만 지금의 신문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떠했을까. 좋든 싫든 언론이 우리사회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분명하다.
세무조사로신문사들은 수 백억원의 세금을 부과 당했다. 가령 100억원이면 특정 언론사가 연봉 5,000만원의 기자 200명을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엄청난 자금이다. 기자를 200명만 추가로 확보할 경우 보다 효율적인 권력감시가 가능하다.
언론사로부터세금을 거둬 좋은 데 쓸 것을 기대한다. 수 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권력이 언론산업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했냐고반문할 경우 권력의 대답은 궁색할 뿐이다.
우리나라 신문사의 기자수가 고작 350여명인데 비해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은 2,700 명이다. 정부도언론사도 언론의 경쟁력 강화에 소홀히 한 것은 사실이다. 이미 우리의 기업통계나 각종 금융관련 지수는 국내 언론이 아닌 해외 언론사들이 좌우하고있다.
권력과 언론의 갈등은 국민들과는 거의 상관없는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가 많다. 이는 언론의 경쟁력강화로 귀결돼야 한다. 그 동안의 언론의 실수는 밉다.
하지만 미워도 다시 한번을 기대한다. 왜냐하면 ‘언론 없는 정부’가 어떠할 지는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허행량교수 세종대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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