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이 1일로 창당 80주년을맞았으나 시장경제 개혁으로 이데올로기가 퇴색돼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1921년 7월 상하이(上海) 프랑스조계에서 창당, 항일투쟁과 국공 내전을 승리로 이끌며 중화인민 공화국을 건국한 중국 공산당은 지난 20여년 간 개혁개방 노선을 통해 경제성장을달성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
1978년 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개혁개방을 선언한 이후 중국 경제는 매년 평균9.3%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 지난 해 말 GDP규모로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올 상반기에만도 GDP 증가율은 8%를 달성했다.
공산당은 시장 경제로의 개혁에 앞장 서고 있으며, 중국은 올 연말을 전후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눈 앞에 두고 있으며 앞으로 10년간 고도 성장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은 이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당이 직면한 역사적 과제를 언급하면서 경제발전과 현대화를 첫 손에 꼽았다.
중국 공산당은 시장 개혁의 성공 덕분에사상 최대인 6,450여만 명 당원 수를 자랑하며 12억 인구를 이끌고 있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당의 이념적 기반이 허물어지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있다.
공산당 강령은 여전히 당을 ‘중국 노동자 계급의 전위’로 규정하고 있으나 시장경제 개혁은 수많은 국영기업의 폐쇄로 수백만 노동자의 일자리를빼앗고 있다. 공산당의 ‘중국 제패’에 결정적 도움이 된 농민들의 소득은 계속 감소되고 있다.
더욱 심해진 당 및 정부 관리들의 부패, 빈부격차,인권 탄압, 가치관의 혼란 등 자본주의의 온갖 병폐는 당에 대한 불신을 낳고 있다.
인터넷, 위성 방송 등 첨단 통신기기의발달은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전례 없는 자유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당의 권위는 점점 추락했다. 요즘 이들에게 공산당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공직과 기업에서 더 나은 직업을 찾기 위한 경력으로서만 필요할 뿐이다.
현재 공산당이 진행중인 이데올로기교육은 인민다수의 이익을 대표하고, 선진사회의 생산력 발전 욕구를 대표하고, 선진문화 창달을 대표해야 한다는 ‘3개 대표’이론이지만 중국인들 가운데 이 내용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정체성 위기에서 나온 타개책 가운데 하나가 1990년대 말부터 나온 당의 명칭 변경.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내부의 이념투쟁까지 겹쳐 구체적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江 주석은 이날 당원들에게 자본주의적시장경제 개혁을 위한 인민의 필요를 더욱 수용하는 ‘민주적 독재’를 건설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공산당이 자본주의를 이끄는 모순이 어떤 모습으로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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