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지방선거의‘백미’인 서울시장 선거에 당의 운명을 걸고 있다.지역당 구조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서울시장의 향배가 전체 지방선거의 승부를 가름하는 척도로 여겨진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서울시장에 어느 당 후보가 당선되는가는 얼마 남지 않은대선의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야는 대선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에서 서울시장의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미래의 대권 자원을 총출격시킬 태세다.
이에 맞춰 각 당의 출마 예상자들은 벌써부터 개인조직을 정비하고 공천경쟁에 돌입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오리무중
1995년에 조순(趙 淳),98년에는 고 건(高 建) 후보를 내세워 연승을 거둔 민주당은‘타이틀 방어’를 위한 선수 지명에 골몰하고 있다. 제1안은 고 시장의 재출마.
그러나 고 시장은 공ㆍ사석에서 수차례 “시장은 이제 그만”이라며 재출마 불가 의사를 밝힌 바 있어 당의 설득이 통할지 의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의 강력한 예비후보로 거명되는 고 시장이‘이기면 본전, 지면 빈털터리’가 되는, 소득 없는 싸움에 굳이 나서겠느냐”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 시장 카드가 여의치 않을 경우 김원길(金元吉) 보건복지부 장관,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의 이해찬(李海瓚) 의원, 그리고 정동영(鄭東泳)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른다.
이 가운데 40대의 참신성을 앞세운 바람몰이를 기대할 수있는 ‘정 의원 카드’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지만 내부의 적이 변수다.
또 서울 출신의 정대철(鄭大哲)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과 이상수(李相洙) 원내총무 등도 거론되고 있으며,한광옥(韓光玉) 청와대비서실장과 노무현(盧武鉉) 고문 등은 본인의 거부의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얘기가 나돈다.
이밖에 박재규(朴在圭) 전 통일부 장관도 영남권 정서의 대표성을 이유로 당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들 후보군 중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할 경우 아예 당 밖에서 ‘깜짝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보군 좁혀진 한나라당
번번히 서울시장고지를 빼앗긴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는 다르다“라며 여촌야도(與村野都) 표심(票心)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공천경쟁의 선두주자는지난해 총선 직전 합류한 홍사덕(洪思德) 의원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국회부의장을 사퇴한 배경도 시장선거를 위해서다”, “입당 때부터 시장공천을 내락받고 들어왔다”는 말까지 나온다.
다만 ‘굴러들어온 돌’이라는점이 부담이다.
홍 의원과 경합을 벌이는 유력한 경쟁자는 이명박(李明博) 전 의원. 미국 등에서의 연수생활을 끝내고 당으로 복귀, 국가혁신위원회 산하 미래경쟁력 분과위원장을 맡으며 시장출마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김덕룡(金德龍) 이부영(李富榮) 서청원(徐淸源) 의원 등 서울 출신 의원과 서울시장을 역임한 이상배(李相培) 의원도 홍 의원의 경쟁자로 거론된다.
한때 최병렬(崔秉烈) 부총재가 강력하게 대두됐지만 본인이극구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2인자의 반열에 서 있는 그가 대선 이후의 당내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기타 후보
자민련과 민국당은서울에 자체 후보를 옹립하기보다 연합공천을 통한 ‘지역사수’에 전력하는 형편이다.
물론 연합공천이 깨질 경우를 대비해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있지만 적당한 후보감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95년 선거당시의박찬종(朴燦鍾)후보같은 강력한 무소속 후보군은 아직 두드러지지 않지만 김창준(金昌準) 전 미 연방하원의원의 무소속 출마선언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최근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라는 명분을 내세워 출마를 선언했다. 또 여야 공천경쟁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나서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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