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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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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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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여 안녕! 자유 만세!미국의 경제 칼럼니스트 다니엘 핑크의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이렇게 외친다. 자부심에 차서, 일말의 불안을 감추지않으면서, 그러나 낙관으로 무장한 채 말한다.

이 책은 ‘월급 노예’를거부하고 뛰쳐나가 각자 독립국을 세운 반란자들의 오늘과 내일에 관한 포괄적이고 예언적인 보고서다.

독립 노동 시대의개막을 알리는 선언서다. 21세기 삶과 노동이 맞게 될 현실에 대한 조감도다. 직장이 따분하고 지겹지만 생계를 위해 별 수 없이 다니는 대부분의월급쟁이들은 여기서 용기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조직에 충성하라’는 시대착오적 요구를 하는 고용주나 그 윤리에 복종하는성실한 샐러리맨은 경고의 신호를 볼 것이다, 그러다간 망한다는.

이쯤 되면, 이 책이 얼마나 위험하고 동시에 유혹적인지,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모험은 항상 추락 아니면 상승이므로.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 이 낯선 용어를 두루뭉실 정의하자면 ‘독립노동자’ 쯤 된다. 몸값 비싼 스포츠 스타들은 대개 프리 에이전트다. 예컨대 LA다저스의 박찬호는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 곧 프리 에이전트가 된다.

이들 집단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단독업자, 한시적으로조직에서 일하는 임시직, 그리고 5인 이하 초소형사업체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는 1,650만 명의 단독업자, 350만 명의 임시직 노동자, 1,300만 개의 초소형사업체가 있다.

미국노동인구의 4분의 1이 프리 에이전트라는 얘기다. 프리 에이전트는 더 이상 별종이 아니라 대세라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도 4분의 3이 이불안한 도박을 주저하고 있지만.

다니엘 핑크는 미국 전역의 프리 에이전트를 만나 인터뷰하고 현장조사를 거쳐 그들이일하고 사는 방식, 고통과 희망을 파악했다.

그는 ‘21세기는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라고단언한다. 그들이 경제구조 뿐 아니라 사회ㆍ문화 전반에 걸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샐러리맨으로대표되는 ‘조직 인간’이 경제를 떠받치던 20세기 틀 위에 세워진 기존 통념과정책은 폐기되거나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도발적이고 신선한 책에서 핑크가 강조하는 것은 프리 에이전트는 단순히 노동의유형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는 점이다.

프리에이전트는 노동윤리, 시간개념, 공동체의식을 바꾸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정한 성공의 기준과 각자의 시간표에 따라 일하며, 제도나 윗사람에 맞추려는수직적 충성 대신 자신이 만든 수평적 네트워크에 충성하며, 그들만의 비공식이고 느슨한 공동체를 만들어 연대의식을 나눈다.

그들은 서로 분리됐던직장과 가정을 섞어 버린다. 둘을 양립해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는 조직 인간과 달리, 그들에게는 일터와 집의 구분이 따로 없으며 일이 곧 놀이다.

핑크가 예측하는 프리 에이전트 혁명의 미래는 매우 흥미롭다. 은퇴 후에도 인터넷에서일감을 찾아 계속 일하는 e-은퇴의 일반화, 각자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식대로 독학하는 현상의 확산과 그로 인한 정규 학교 교육의 종언, 개인이주식을 발행하는 등 프리 에이전트를 위한 새로운 금융제도의 등장, 재택사무실을 필수로 갖춘 주택 설계와 사무ㆍ주거 공간을 합친 복합건물의 성장등 부동산 시장의 변화….

기업가, 직장인, 정치가, 교육자 등 모든 부류의 사람들이 그의 예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존 전략을 근본적으로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신생 독립국’ 프리 에이전트 나라의 미래를 ‘멋진 신세계’로 낙관한다. 동시에이 자유 천하의 어둠도 놓치지 않는다.

각종 복지 혜택과 조세 법률 조항에서 불리하고 수입도 불안정한 현실이 프리 에이전트를 괴롭히고 있음을 알려주면서,이를 고치기 위해 단결 투쟁할 것을 촉구한다.

핑크 자신도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의 수석 연설문 작성자를 끝으로 직장을 때려치운 프리 에이전트다.

이 책은 철저히 미국 상황을 바탕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그 내용을 한국에 바로대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국식 경제 모델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통하는 지금, 우리에게도 곧 그와 같은 미래가 닥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우리사회도 구조조정과 임시직의 증가 등 프리 에이전트 나라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래를 대비함에 이 책이 유용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다니엘핑크 지음ㆍ에코리브르 발행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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