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경제학’이란 부제가 붙은이 책은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과 경제학이 무슨 관계가 있나? 미궁에 빠진 사건을 명탐정이 해결한다는 변함없는 추리소설의구조는 꼭 같다.코난 도일 추리소설의 주인공 셜록 홈즈,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의 주인공 미스 마플처럼 ‘수요공급살인사건’에도 명탐정이 등장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헨리 스피어맨이라는 이름의 하버드대 교수인 경제학자다.
‘160㎝의 작은 키에 대머리가 까진’ 것으로 묘사되는 헨리스피어맨은 노벨상을 받은 시카고학파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이 흥미있는 것은 이런 설정에서부터다. 스피어맨은 여느탐정과는 달리 용의자의 원한관계나 알리바이, 사건현장의 증거물 등에는 개의치 않는다.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유일한 원칙은 바로 불변의 경제적 원리인‘합리성’이다. 그는 이기적인 인간의 선택, 즉 ‘효용 극대화를 위한 합리적 행동’을 믿는 경제학자다.
이 원리에 어긋나는 비합리성이 관찰될 때,그는 거기 바로 사건 해결의 열쇠가 있다고 믿으며 간단한 경제학적 명제들을 적용시킴으로써 미스터리를 풀어낸다.
스피어맨 부부가 휴가차묵던 CBP호텔에서 장군이 독살된 데 이어 또 한 사람이 익사하고, 판사가 타살되는 연쇄사건이 발생한다.
형사는 두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자백까지받아내지만 스피어맨은 진짜 범인을 다른 방식으로 찾아낸다.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은 예를 들면, ‘기회 비용’과 ‘수요공급의 법칙’을 어겨가며사건 당일 값싼 곳 제쳐두고 값비싼 호텔 나이트클럽에 와서 춤춘 자를 찾아내는 식이다.
엉뚱한 용의자들의 자백은 ‘게임 이론’의 한 원리인 ‘수인(囚人)의딜레마’에 따라 허위자백으로 드러난다.
스피어맨의 흥미진진한 두뇌게임을 따라가다 보면 골치 아픈 경제의 원리와 지식이 독자에게 자연스레 흡수된다.‘늘 비용이 덜 드는 길을 선택하는 인간들의 머리 속’이야말로 스피어맨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장소이다.
지은이 마셜 제번스는가공의 인물. 19세기의 위대한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과 윌리엄 제번스의 성을 조합한 이름이다.
실제 지은이는 미국 경제학자 윌리엄 브라이트(버지니아대교수), 케네스 엘징거(트리니티대 교수)이다.
그들은 “많은 시간을 진지한 경제학에 써야 하는 교수로서 기회비용이 무척 클 것임에도 불구하고”라며너스레를 떨면서 이 추리소설을 합작해 내 독자들의 효용을 극대화(?)했다.
주인공 스피어맨의 모델이 된 그들의 선배 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이 책을읽고 “즐거운 방식으로 경제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다”고 평했다.
시리즈의 두번째 책 ‘죽음을 부른 평형 곡선’,세번째 ‘무차별 곡선의 살인자’도 올 여름 중에 번역될 예정이다. ‘보보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등을 옮긴 전문번역가 형선호 역.
마셜 제번스 지음ㆍ북&월드발행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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