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수뇌부의 골프파문이 일단락됐다. 북한 상선 3척이 영해를 침범해온 지난 2일, 김동신 국방장관과조영길 합참의장을 비롯한 3군 총장이 보고를 받고도 골프를 친 일은 분명 ‘볼썽 사나운 일’이었다.하지만 문책사유는 안된다는 게 청와대의 결론이다.그래서 당사자들을 경고하는 선에서 매듭지었다.
아직 치열한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이번 일에 대한 정부ㆍ여당의 입장은 대략 이렇다. 우선 군의 대응과조치가 적절했다는 것이다.
또 골프장에서도 필요한 연락을 취했고 합참의장의 경우 공관에서도 상황을 지휘통제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나아가 “합참의장이지휘통제실에 가면 자동으로 전군에 비상사태가 발령되는데 그럴만한 사안은 아니었다”며 ‘과잉대응’의 우려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군의전략과 작전에 대해 ‘감정적 보도’를 하거나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60만 군의 사기를 위해 부적절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필자는 당시 군의 대응과 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따지고 싶지 않다. 다만 골프를 치지 않고근무지로 돌아갔다면 보다 더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합참 공보실의 설명에 의하면 의장이 외부로 나갈 때 부관(소령)과운전기사, 그리고 약간명의 경호원이 뒤따른다. 전용차에는 물론 통신보안이 되는 전화기가 설치돼 있다.
골프를 칠 때 부관과 기사는 차에서 대기하고의장이 소지하고 있는 통신수단은 일반인이 사용하는 것과 똑 같은 핸드폰이다.
지휘통제실에서 차량의 전화기로 연락하면 부관이 이를 받아 필드에 있는합참의장에게까지 뛰어가 전해야 한다(이번에 골프를 친 남성대 골프장에는 전동카트도 없다).
한번씩 지휘통제실과 연락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말이다. 그게 귀찮아서 휴대폰으로 연락을 했다면 그것도 큰 문제다.
합참은 “골프 치는 동안 조 합참의장은 2번 연락을 취했다”고 밝혔는데 골프장이 아닌, 다른 곳에있었다면 물리적으로 지휘통제실과 연락하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장소가 지휘통제실이었다면 더욱더 적절한 대응과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은말할 나위도 없다.
“1만톤이 넘는 상선은 1시간에 기껏 10마일 정도 밖에 못가기 때문에 돌발적 상황이 예상되지 않았다”는 군 관계자의 말대로다행히도 상황의 원인이 ‘느림보 배’였기에 ‘골프장 지휘’만으로도 괜찮았던 것은 아닐까.
골프가 끝난 뒤 합참의장이 공관에 머물렀던 일을 변호하는 대목은 더 이상하다. 공관에는 통신보안이되는 유ㆍ무선 전화기와 팩시밀리가 있어 통제실과 연락, 상황을 지휘통제하는 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합참도 “의장이 지휘통제실에 가면자동적으로 전군에 비상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과잉대응’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다만 의장이 통제실에 가면 각 군 총장에게 이 사실이보고되고 또 각 총장은 무슨 일로 의장이 통제실에 왔는지를 살펴 그에 따른 대처를 하게 된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의장이 통제실로 갔었더라면더 좋았을 것이라는 것은 바로 이 설명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상황이 벌어져야 의장이 통제실로 가서 지휘를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고 한다.
군사적충돌이나 간첩선의 출현, 그리고 군병력의 이동이 필요한 경우 등에 의장이 통제실에서 지휘했던 게 과거의 예다.
1983년 버마의 아웅산에서 폭탄테러가발생했을 때 한반도에는 아무런 군사적 상황이 없었지만 합참의장은 지휘통제실을 지켰다고 한다.
끝으로 한가지 덧붙이자면 ‘60만 군의 사기를 위해서’라는 말은 이제 식상하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부터들어온 관용적 표현이다.
수뇌부 몇 명의 몸가짐이 적절했는가를 살펴보는 일은 단연코 60만 군의 사기와는 관계가 없다.
신재민 사회부장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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