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은 우리의 체질과 역량에 맞는 정책이어야기초체력 향상이라는 정책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통합건강보험의 경우 소득의 투명성이보장되고 그에 합당한 보험료 부과가 정책 성공의 핵심 관건이었으나 봉급생활자를 제외하고는 그렇지 못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여 결국에는 재정파탄을초래하였다.
원론과 취지는 옳다 하더라도 보험의 기초 원리인 수지상등(收支相等) 원칙에 비추어볼 때 예기된 실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 달 진념 부총리가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국내은행장들과 조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방카슈랑스(Bancassurance)를 조기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방카슈랑스란 프랑스어의 Banque(은행)와 Assurance(보험)을합쳐 만든 말로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에서 저금리시대에 은행들이 경영돌파구를 찾는 수단으로 도입해 프랑스에서는 생명ㆍ연금보험시장의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방카슈랑스를 논의하기 전에 우선 국내 금융환경을들여다보자. IMF이후에 정부가은행권에 쏟아 부은 공적자금이 41조원이 넘고 금융권 전체로는85조원에 이른다. 물론 큰 원인은 금융기관의 부실대출에 있다.
국내은행이 이렇게 부실해졌던 큰 이유는 여신관리 능력의 부재였다. 엄격한대출심사를 거쳐 여신이 이루어졌다면 우리 경제에 이토록 큰 부담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은행의 고유 업무인 여신과 수신의 기법을 개발하고 우수한중소기업을 발굴하여 육성하는 심사분석과 신용분석의 테크닉보다는 손쉬운 담보대출과 관치금융에 길들여져 있었다고 비판해도 금융기관들은 항변할 수 없을것이다.
은행권에 성급하게 방카슈랑스 대리점을 허가해 줄 때 은행들이 경영정상화나국제경쟁력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은 뒤로 한 채 적당한 보험교육을 통해 잉여인력의 순환배치나 대출에 의해 꺾기계약을 양산할 우려가 높다고본다.
또한 거래기업과의 보험계약 수당에 현혹되어 부실대출을 양산하는 등 또 다시 여신관리의 문제가 발생되어 결국은은행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릇 경제정책의 목표는 경제성장과 안정, 고용증대에 있다고 한다.
방카슈랑스를 도입해 은행에 보험대리업을 허용할 때는 은행의 보험고객 접근성, 편리성과 높은 신뢰도로 인하여 보험회사고객의 대대적인 이탈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40만 가까운 보험설계사와 보험회사 내근 직원의 대량 실직난이 발생하고 중ㆍ소 보험회사의 연쇄도산으로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등 경제대란으로 까지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 보험회사의 고객 모집체계가 설계사에게 크게 의존한다는점을 감안하면 대량 실직사태는 명약관화하다.
실제로 호주와 프랑스에서는 대형 은행이 설립한 생명보험 자회사가 영업을 시작한지 2,3년 만에 상위 회사로 급성장하여 기존 생보사의 설계사와대리점이 큰 타격을 받았고 결국에는 기존 생보사들이 파산하거나 은행에 합병되기까지 했다.
금융선진국이라는 미국도 이러한 문제점을 일찍이 인식하여 방카슈랑스도입을 논의한 지 20년 만인 99년 12월에야 도입을 허용했다.
방카슈랑스도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20년 동안 장고한끝에 결정한 것이다.
일본도 금년 4월 은행이 보험자회사를 세워,자회사에서 개발한 일부 상품만 취급을 허용토록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경제의 체력에 맞지 않는 외국의 제도를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정부가 도입해 건강보험에 이은 정책의 우(愚)를다시 범하지 않을 까 심히 걱정스럽다.
김종국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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