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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대국 룰 명확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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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대국 룰 명확히 하자

입력
2001.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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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한국기원에서는 기전 진행자와 대국자가 모두 덤의 크기를 착각하는 바람에 다음 날 승패 판정이 번복되는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이 벌어졌다.18일 열렸던 왕위전 본선 리그 조훈현 9단과 서봉수 9단의 대국에서 흑이 반면 6집을 남겨서 백을 쥔 조 9단이 반집승을 거두었다. 두 대국자가이 사실을 확인하고 기보 용지에도 그렇게 기록했다. 이때 옆 자리에서 대국 중이던 유창혁 9단이 '왕위전은 아직도 덤이 5집반'이라고 일러 주었고서 9단이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한데 문제는 대국시 준비된 기보 용지에는 분명히 덤이 6집반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 기전 진행자가 착오를 일으켰던 것이다. 조 9단은 "두 대국자가 기보 용지에 적힌 대로 덤6집반에 맞추어 대국했으므로 결과는 유효하다"고 주장했지만 다음 날 열린 기사회 대의원회에서 논의 결과, "한국기원 직원의 실수가 인정되고 대국 당시의 정황을 고려할 때 조훈현 9단이 다소 억울한 면이있지만 대국자 스스로 덤을 명확히 알지 못한 책임이 있고, 대국 기보가 기록되는 경우 대국 결과는 대회 규정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라며서 9단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런데 당시 유 9단이 대국 현장에서 덤이 잘못 적용되었음을 지적했으니 망정이지 만일 모두 모른 채 그냥 넘어 갔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서9단이 끝끝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당초 결과는 유효하다. 하지만 서 9단이 며칠 후에 잘못을 깨닫고 이의를 제기한다면 조금 문제가 복잡하다.

한국기원 대국 규정에는 원칙적으로 ‘승패에 관해서 한 쪽에서 이의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대국 기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기보를 작성치 않는 예선 대국의 경우에는 대국시 발생하는 모든 분쟁에 대해 현장에서 즉각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처럼 기보가 있을 경우에는 상당 기간이 지난 후에도 이의 제기를 인정한다. 의문은 또 있다. 대국 규정에는 '제3자는 대국과 관련한 어떠한 의사 표시도할 수 없다'고 되어 있는데 유창혁 9단이 '계가가 잘못되었다'고 말해준 것이 정당한 행위인가 하는 점이다. 실제로 계가하는 도중 잡은 돌을 잘못메꿔 승패가 뒤바뀌어도 대국자 쌍방이 모르고 지나간다면 그만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대국 관례이다.

현재 한국기원 대국 규정에는 대국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분쟁의 처리에 관해 명확한 명문 규정이 없다. 그저 ‘한국기원 심사위원회의 판정에 따른다’고 되어 있을 뿐이다. 한데 그 심사위원회라는 것이 정원은 몇 명이며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구성되는것인지조차 명시되어 있지 않은 채 사안이 발생했을 때마다 그때그때 적당히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바둑이 세계적인 두뇌 스포츠로 발돋움하기위해서는 먼저 바둑룰의 체계적인 정비 작업이 필요하다.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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