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때는 연인원 410억명으로 추정되는 지구촌 가족의 시선이 우리에게쏠린다고 한다. 월드컵을 통해 한국은 8조원 이상의 경제적 특수를 누린다고 하니 그야말로 가슴이 벅차 오른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효과만으로 월드컵성공을 말할 수 있을까.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동물학대국의 오명에서 벗어나 진정한 문화선진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주인을 따르는 충견이 하루 아침에 식용으로 버림받아 나무에 매달려 맞아죽고,수많은 동물들이 쓸모 없이 실험용으로 처분되는 나라. 소의 근수를 늘리기 위해 강제로 물을 먹여 도살하고 어린 곰의 쓸개에 대롱을 달아 담즙을빨아먹는 사람들. 개미를 밟아 죽이면서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 전국의 산에 덫과 올가미 등 밀렵 장비들이 판치는 곳. 다른 생명체를인간을 위한 도구로만 생각하며 이들의 생명권을 무참히 짓밟는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들이다.
한국인들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절대빈곤에서 벗어났지만 인간성이 황폐되고 다른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어진 마음을 잃었다.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고, 특히 동식물의 아픔과 괴로움에 대해서는 감수성이 마비돼세계인들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동물이 학대받는 사회에서는 인간도 학대받는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 일부 한국인들은 문화 상대주의와 민족 자존심을내세우며 개고기를 반대하는 외국인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과 정서적 유대가 유난히 강한 동료로서의 동물을 보신용으로 잡아먹는잔혹성은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큰 상처를 준다. 개고기 식용을 법으로까지 제정한다면 정신은 더욱 황폐화하고 생명존중의 교육은 파괴될 것이다.선진국에서는 동물학대라는 이유로 모피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전락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허영과 졸부의 상징인 모피의 생산국인 동시에 거대한 수요국이다.
과학기술부 산하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생명윤리기본법에서는 동물형질전환및 질병모델 동물의 생산 등 수많은 동물실험 내용을 담고 있다. 오죽하면 우리나라가 동물실험의 천국이라고 하여 외국에서까지도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동물실험을 하겠는가. 동물실험에도 3R원칙(Reduction, Replacement, Refinement)이 있다. 적용분야를 극소화해야 하고,대체 실험방법 개발,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한해 약 700만~800만 마리의 동물들이 규제나 통제없이 열악한 실험시설에서신음하며 죽어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는 일이 인간과 동물이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진정한 문화선진국이되기 위한 선결 과제이다. “우리는 살려는 마음으로 가득찬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다. 목숨을 무엇보다 존중하는 문명을 이뤄가야 한다.” 월드컵을 계기로 슈바이처 박사가 인류에게 던진 이 말을 되새겨 보자.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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