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명절 단오(端午). 음력 5월 5일(6월 25일)이 단오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그 무렵챙겨먹던 음식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흔치 않다. 추석에 송편이 있다면 단오에는 수리취떡이, 설에 떡국을 먹었다면 이 때에는 건강음료 제호탕을마셨다.▼단오의 액땜 풍속
단오는 대개 양력 6월에 해당된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습기가 가득해 나쁜 병이 창궐하는 시기라 여러 가지 액(厄)이 많아 이를피하기 위한 풍속이 다양했다.
음식을 장만해 창포가 무성한 연못가나 물가에 가서 물맞이 놀이를 하며 액땜을 했고, 잡귀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탈놀이를했다고 전해진다.
이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식 풍속. 수리취떡, 앵두화채, 제호탕 등 단오 무렵 즐겨먹던 전통 음식은 마음과 몸의 건강을 동시에생각한 선조들의 액땜 지혜가 담겨 있다.
▼수리취떡
단오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수리취떡.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이 날은 쑥잎을 따, 멥쌀 가루 속에 넣어 반죽해 초록색이 나도록 한 뒤 떡을 쪄 수레바퀴 문양의 틀로 찍어 떡을 만들어 먹는다’고전해진다.
수리취, 떡취, 나물취, 개암취 등 갖가지 취나물을 사서 말렸다 부순 뒤 잿물에 삶아 찬 물에 헹구면 미끌미끌한 섬유질만 남는다.
이 섬유질을 떡살에 섞어서 만드는 것이 수리취떡. 캐피탈 호텔 한춘섭 조리이사는 “수리취는 청정지역의 솔밭에서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귀해 요즘은 아래 면이 하얀 떡취 잎을 데쳐 떡을 만드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앵두화채와 앵두편
단오의 제철 과실에는 앵두, 오디, 산딸기가 있다. 특히 앵두는 한방에서는 위를 보호하고 피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어 단오 무렵무더위로 허덕일 때 입맛을 돋워주는 식재료로 쓰인다.
앵두로 만들 수 있는 요리에는 앵두 화채와 앵두편이 있다. 2컵 정도의 앵두를 준비해 물 4컵, 설탕 1컵을 넣고 중불에 끓인다음 체에 거르면 앵두화채 기본 국물이 준비된다.
여기에 레몬즙과 브랜디를 몇 방울 넣고 잣눈을 떼낸 잣을 고명으로 띄우면 앵두화채가 완성된다.프라자호텔 한식당 아사달의 위경춘 조리장은 “색깔이 빨갛게 나오지않으면 오미자를 함께 넣어주면 빛깔이 한결 고와진다”고 설명했다.
앵두편은 우선 앵두를 살짝 쪄서 굵은 체에 걸러 살만 발라 내야 한다. 그 뒤 설탕을 넣고 졸이다가 녹말을 넣어 굳히면 된다.
▼단오 음식의 현대화
제호탕(醍醐湯)은 우리네 조상들이 즐겨 마시던 청량음료다. 매실 껍질을 벗겨 짚불 연기에 그을려 말린 오매(烏梅)가 주재료. 한약방에서 구할 수 있다.
오매를 잘게 빻아 끓는 물에 가루를 넣어 마시거나 아예 꿀에 버무려 백자 항아리에담아두고 냉수에 타서 들이키면 새콤한 맛이 일품.
주로 궁중에서 마시던 고급 음료였지만 지금은 일반 가정에서도 매실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직접만들어 볼 만한 음식이 됐다. 이밖에 준치국과 붕어찜도 바닷고기를 먹기 힘든 내륙 지방의 단오 특별 음식이다.
예전에는 추석 다음으로 음식이 풍성했던 단오. 온 가족이 모여 전통음식 만들기에 한 번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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