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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골프장의 장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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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골프장의 장군들

입력
2001.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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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가 즐겁게 골프를 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친구가 공을 치려는데 인근 길로 장례행렬이 지나갔다.그는 모자를 벗어 고개를 숙였다.다른 친구가 이 모습에 감동하고 “네가 그렇게 남을 생각하는 사람인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묵념을 끝낸 친구가대답했다.

“이봐,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야. 30년간 결혼생활을 해왔던 사이가 아닌가” 이 이야기는 미국의 골프 유머이다. 골프가 얼마나사람의 얼을 빼가는 놀이인가를 잘 설명해주는 이야기다.

■군수뇌부가 그 조그만 골프 공 때문에 소용돌이속에 휘말려 있다. 지난 2일 북한 상선이 제주해협을 통과할 때 국방장관 합참의장 3군 참모 총장이 모두 토요일 오후의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장군은 사건을 보고 받고도 골프를 계속해서 더욱 여론의매를 맞고 있다. 장군들이라고 골프를 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여론이 죽 끓듯 하는 나라에서 간도 크지, 어떻게 골프를 계속 칠 수 있었는지모르겠다.

■골프의발상지 스코틀랜드에서는 기사들이 골프에 미쳐 활 쏘기 연습을 게을리하자, 여왕이 골프금지령을 내렸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망국적 놀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골프가 미국에 건너와 대중화하면서 인식은 달라졌지만 골프의 마력은 변하지 않았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골프장에서결재를 했고, 조지 부시 대통령은 91년 걸프전쟁이 불을 뿜을 때 자신의 별장에서 골프를 쳤지만 미국인들은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이번에알려진 일이지만 군인들이 골프를 많이 치는 모양이다. 토요일 오후 군수뇌부가 모두 골프장에 있었던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받아들이기에는 자연스럽지 않다.

테니스도 치고, 등산도 하고, 집에서 손자도 돌보고 하는 다양한 별들의 모습이었으면 좋았을텐데…그러나 대통령이나 군장성등 국가 안보를 책임진 지도자들은 집무실이든골프장이든 잠을 자든 24시간의 근무중인 사람들이다. 국민도 언론도 그런 맥락에서 시비를 엄격히 가리고 이해해줄필요가 있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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