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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 제작 27일 방영..가시고기 '최후의 보름' 카메라에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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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 제작 27일 방영..가시고기 '최후의 보름' 카메라에 포착

입력
2001.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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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도 자지도 않고 보름을 버틴다.자신의 새끼들이 둥지 밖으로 나올 날만 기다린다. 죽어서까지 제 몸뚱어리를 새끼들에게 먹이로 내어놓는다.아비 가시고기가 자식에게 쏟는 애정은미련하다 못해 처절하다 싶을 정도다. 본능이다.

KBS1 ‘자연 다큐멘터리’ 팀이 지구상에서 부성애가 강한 걸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가시고기의 생태를 카메라에 잡았다.

27일 오후 10시에 방영될 ‘자연다큐멘터리 ? 가시고기’(연출안희구 PD)는 바다에서 모천으로 돌아온 가시고기가 펼쳐내는 보름 동안의 ‘육아일기’이다.

지난해 열풍처럼 번졌던 조창인의 소설‘가시고기’의 인기는 드라마, 연극으로도 이어졌다. 백혈병을 앓는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간암에 걸린 아버지가 자신의 신장마저 팔고 죽어가던,눈물샘을 자극하던 이야기였다.

몸길이 7, 8㎝에 불과한 가시고기는 인간의 삶을 냉철하게 되돌아보게 한다. “저런 미물도 숭고한 사랑을 하는데,나는 뭐지? 벌써 보름째 집에 들어가지 못해 애들 얼굴도 못보고 있는데.”안PD는 지난해 봄 소설을 읽고 ‘진짜 가시고기의 삶은 어떨까’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30여 곳의 촬영장소를 물색하던 제작팀은 3월 10일 대종천(경북 경주시)에서 바다로부터 회귀하는 가시고기 떼를 만났다.

수심 2㎙ 수초 뿌리에 둥지를 트는 수컷 가시고기. 수중 리모터콘트롤카메라, 수중 접사카메라 등 첨단장비를 동원해 그들은 가시고기의 삶을 가까이서 포착했다.

주인공 가시고기는 알이 깨어날 때까지 잠시도 둥지를 떠나지 않는다. 지느러미가 헐 정도로 쉴 새 없이 부채질을 해댄다.

알이 가득한 둥지에 신선한 산소를 넣어주기 위해서다. 알을 잡아먹으려고 접근하던 다른 가시고기나 거북도 곧 도망가 버린다.

등에 가시를 곧추세우고 맹공격을 퍼붓는 아비의 모습이 서슬 퍼렇다. 지름 2, 3㎝ 둥지에 내시경카메라를 밀어넣었더니, 알에서 부화할 때 아비가 입으로 살짝 깨뜨려 도와주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있는 힘을 다해 둥지 가까이로 다가가 숨을 거두는 수컷 가시고기. 종족 보존을 위해 벌인 보름간의 치열한 생존싸움이 끝났다 싶더니, 둥지를 나온 새끼들이 아비의 주검을 물어뜯는다.

다큐멘터리 ‘동강’등을 연출한 안PD는 “촬영 말미에는 가시고기와 하나가 됨을 느꼈다. 죽음을 대할 때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영상으로 담아낸, 세대를 이어 되풀이 되는 가시고기의 자식사랑이 장엄하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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