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병원 노사의 힘겨루기에 애꿎은 환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서울대 병원노조(위원장 최선임ㆍ崔先壬)는 22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전날 사측과 잠정 합의한 임금 및 단체 협약안을 부결시키고 파업을 계속키로 선언했다.
이날 파업 철회를 기대하고 있던 환자와 보호자들은 노조가 다시 파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도해도 너무 한다” “환자를 볼모로 한 밥그릇 싸움을 언제까지 해야 하느냐”며 노조원들을 상대로 거칠게 항의했다.
파업 10일째를 맞으면서 진료 차질이 커지는 등 환자들의 고통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날 수술은 56건으로 평소 110여건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며칠전부터 밤 시간 근무 간호사의 파업 참가율이 30%를, 수술실의 간호사 근무 이탈이 50%를 넘어섬에 따라 야간 환자 진료 및 보호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파업 장기화로 “치료를 끝내지도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i겨나는 것 아니냐”는 입원 환자들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또 진료와 수납 대기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짜증 섞인 외래 환자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으며, 병원 안내 전화에는 예약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측은 부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조기퇴원 권유를 전면 확대하고, 병동 축소 통폐합 등 대응책을 강구할 것으로보인다.
이에 앞서 노조는 이날 오전 총회를 연후 찬반투표를 실시, 찬성 355표(41.9%),반대 479표(56.56%), 무효 13표로 전날 노사 양측이 타결하고 노조 대의원 대회가 추인한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사태가 이렇자 찬반투표를 놓고도 노조 내부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임단협 노사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는 조합원 2,200명 중 과반수 참석이 있어야 하지만 809명만이 투표에참가, 투표의 효력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
한 노조원은 “대의원대회가 합의안을 승인하면 다음날 파업을 푸는 게 관례였는 데 이날 투표의 성격은 명확하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용현 서울대 병원장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더 이상 파업이 계속되면 공권력 투입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해 공권력 투입 요청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노조 "퇴직금 누진제 포기 못해"
서울대병원 노조가 대의원대회에서 승인까지 한 노사합의안을 부결시킨 가장 큰 이유는 퇴직금누진제를 포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퇴직금누진제란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누진율을 높이 적용해 퇴직금을 더 많이 받도록한 제도. 예를 들어 1년 근무자의 퇴직금이 1개월치 임금이라면 20년 근무자는 20개월치가 돼야 하나 누진율을 적용, 25개월치, 30개월치 등을 받는 것이다.
퇴직금누진제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거의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돼 왔으나과다한 퇴직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기획예산처가 99년 1월1일을 기해 폐지, 현재 서울대병원 등 전국 8개 국립대학 병원에만 누진제가 살아있다.
예산처는 서울대병원에 대해 올해 중 누진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지원금 360억원을 줄 수 없다는 강경 방침을 통보해 놓았지만 이 문제가 노사협의 사항이라 난항을 겪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노조는 누진제 폐지를 단순한 퇴직금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있다.퇴직금누진제 포기를 연봉제와 성과금제 도입, 나아가 병원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서울대병원 노사는 다른 대학병원의 선례가된다는 점에서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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