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뭄 끝 장마비는 재앙을 부른다.’올해 장마 피해가 예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막대하리라는 경고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100일 이상 지속된 가뭄으로 토질이 전례없이 약해진 상태여서, 적은 양의 비라도 곧장 대형 붕괴사고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극히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징후는 이미 포착됐다. 최악 가뭄 끝 ‘희우(喜雨)’가 내린 지난 18일. 새벽 비에 환성을 터뜨린 행정자치부 중앙재해대책본부 관계자들은 오후들어 전국에서 속속 올라오는 물피해 보고에 아연 긴장했다.
이틀간 최고 강수량 100㎜이하의 ‘평범한’ 비에 4명이 숨지고 농경지 500여㏊가 침수됐으며, 부산서는 지하철 공사구간 도로 10여㎙가 내려앉았다.
행자부 관계자는 “그 정도 비에 피해가 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며 “정말 문제는 지금부터”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전문가들의 지적은 하나같이 심각하다.
“올 장마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메마른 땅이 짧은 시간에 자주, 많은 양의 비를 맞아 지반이 급속도로 약해지면 피해가 수십배 이상 커질 것.”(윤용남·尹龍男 고려대 토목환경공학부 교수), “숱하게 벌여 놓은 각종 공사 현장이 걱정이다.
지반강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산이나 언덕밑 아파트는 붕괴, 토사유출 등에 대비한 특별대책이 있어야 한다.”(이수곤·李壽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게다가 기상예보도 예사롭지 않다. 기상청은 7월20일까지 장마기간의 강수량을 평년수준으로 예측하면서도 “이달 하순과 7월 상순에 집중호우가 잦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토질에 국지성 집중호우는 치명적이다.
방재당국은 최근 전국의 8,054개소를 ‘재해취약시설’로 지정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무려 20% 가까이 늘어난 수치. 방재당국 스스로올 여름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 승(金 勝) 수자원환경연구부장은 “지금은 모든 행정력을 수방대책에 쏟아야 할 때”라며 “본격적인 비가 시작되기전에 하천과 제방들에 대한 보강 작업만이라도 마쳐야 한다”고 다급해 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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