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 국방위는 군 지휘부 골프 파문과 관련,조영길(曺永吉) 합참의장의 출석 여부를 놓고 오전 내내 입씨름만 했다.회의 시작 전 여야 간사협의에서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 의원은 “조 합참의장이 2일 북한 상선이 제주 해협 인근 영해를 침범한 사실을 알고도 골프를 한 것으로 밝혀진 만큼 자세히 진상을 들을 필요가 있다”며 조 합참의장의 출석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유삼남(柳三男) 의원은 “국회법 상 합참의장은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만 출석이 가능하다”며 “이 경우 7일 전에 통고해야 하므로 오늘 출석은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낮 12시께 시작된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군 수뇌부의 해이한 안보 의지를 질타하면서, 조 합참의장의 출석을 거듭 촉구했다.
강창성(姜昌成) 의원은 “국방부의 한 간부가 ‘70만 대군의 수장이니만큼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좀 봐 달라’고 하던데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4,000만 국민에 부끄럽지 않느냐”고 나무랐다.
강 의원은 또 “조 합참의장이 골프 후 식사를 하며 술을 마신 뒤 공관으로 들어갔다는 말도있다”고 주장했다.
강삼재(姜三載)의원은 “필요할 때는 자진해서 국회에 나오지 않았느냐”며 “긴급현안이 발생했는데 법 타령만 하면서 출석을 기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승국(朴承國)의원은 “위가 이렇게 군기가 빠져 있는데 어떻게 아래에 작전을 잘하라고 할 수 있느냐”고 다그쳤다.
박세환의원은 “령군봉호가 2일 낮12시35분부터 영해를 휘젓고 다니는 데도 NSC(오전 11시30분~오후1시30분)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니 골프약속에 영해 침범 논의가 뒷전이란 말이냐”며 추궁한 뒤 “국가의 위기관리 체계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고 몰아쳤다.
여당의원들은 논리가 마땅찮은 탓인지 한나라당 의원들의 거센 요구에 적극적인 맞대응을 하지 않았다.
장영달(張永達) 의원이 “과거 정권 시절 군에 골프문화가 성행했었는데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며 슬쩍 회초리를 갖다 대는 시늉을 한 게 고작이었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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