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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돈세탁 방조법 만들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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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돈세탁 방조법 만들텐가

입력
2001.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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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은 자동차의 휘발유와 같다. 기름이없으면 자동차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과 같이 정치도 정치자금이라는 윤활유가 없으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때문에 값싼, 질 낮은 또는가짜 휘발유를 사용하면 자동차가 자주 말썽을 부리고, 심할경우 엔진 자체를 교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처럼 정치인도 양질의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운영하면 국민으로부터신뢰를 얻고, 존경 받는 정치인이 되지만 검은 돈에 의존하게 되면 부정부패한 정치인으로 낙인 찍혀 결국 저질 정치인이 된다.

정치자금은일종의 민주주의의 비용이다. 민주주의의 생명선인 정당을 운영하는데 막대한 정치자금이 필요하고 선거 때는 말할 필요도없고 평시에도 정치인은 정치자금이 없이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정치자금은 건전하게 운영하면 양약이지만 잘못하면 독약이 된다. 독일 통일을 이룩한 콜 수상도 부정한 정치자금 수수 때문에통일총리의 명성을 잃고 부패한 정치인으로 격하되었다.

한국에서도 기라성 같은 정치인들이검은 돈 때문에 법에 심판을 받거나 불명예로 정치권을 떠난 예가 많다. 결국정치자금은 가까이 하기도, 그렇다고 멀리 할 수도 없는 일종의 필요악이다.

그러나 정치자금은 이미 정치의 윤활유 수준을 넘어 정치인들을 옥죄는 족쇄가 되었다. 정치인들은 정치를 하기 위하여 정치자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정치자금을 모으기 위하여 정치를 한다고 할 정도로 이미 정치자금에 포로가 되었다.

때문에 정치인들은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틈만 있으면 정치개혁을 외치고 또한 깨끗한 정치자금, 투명한 정치자금을 주장한다.

이런 차원에서 자금세탁방지법은 정치인들이 강제적이나마 검은 돈의 정치자금에서 해방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비록 마약이나 밀수자금과 같은 검은 돈을 세탁하는 것을방지하는 법이기는 하나, 이 법에 정치자금까지 포함시켜 강력한 법 집행을 하면 검은돈에 의한 정치자금 운용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물론 양심적인 정치인들은 자금세탁방지법에 정치자금을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런데도 국회는 이런 좋은 기회를 스스로 무산시켜 버리는 것 같다. 최근 국회는 그 동안 논란을 빚어 온 자금세탁방지법을 또통과시키지 못하고 더구나 정치자금을 제외하려 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여야는 지난 주 정치자금을 자금세탁방지법에서 제외하고 또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무제한적인 계좌추적권을 부여하기로 잠정 합의하였으나, 결국 여야간의 이견으로 합의처리가 어려워 국회에서 통과되지못하였다.

그 동안 정치권은 수 차례에 걸쳐 정치자금과 금융정보분석원의 계좌 추적권 여부를 두고 합의와 수정을 하였으나, 결국 법을 제정하지 못해 국제사회로부터 자금세탁방지 비협력국가로낙인 찍힐 우려까지 있다.

얼마나 구린 데가 많으면 정치인들은 자금세탁방지법에 정치자금을포함하는 것을 그토록 반대하는가.

이번 자금세탁방지법의 국회심의 과정을 보면 과연 국회가 자금세탁방지법을 입법화할 의도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치자금 포함 여부를 놓고 무려 6개월 이상 허송세월 했다. 정치자금이뭐길래 정치인들은 대다수 국민들의 비난을 받아가면서까지 정치자금을 감추려고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정치자금 포함 여부는 논쟁의 대상이기보다는 당연히 포함시켜야 되는 당위적인 사항이다. 정치자금을 포함시키지 않으면 자금세탁방지법은 사실상 아무런의미가 없지 않은가.

정치부패가 극심하여 총체적부패공화국이란 비아냥거림을 받고있는데, 정치자금을 제외시킨다면, 이는 정치인들의 몰염치의 극치가 아닌가.

국회는 이번 회기 중에 정치자금을 법에 반드시 포함시켜자금세탁방조법이 아닌 올바른 자금세탁방지법을 만들어야 된다.

김영래 아주대 교수정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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