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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軍 말은 못해도 "재조정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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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軍 말은 못해도 "재조정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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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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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북한 상선이 잇따라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면서 온 나라가 ‘NLL홍역’을 치르고 있다. 정부와 군의 소극적인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군 내부에서는 ‘방어 능력의 현실성’을 이유로 NLL 축소 문제마저 제기되고 있다.불똥은 정치권으로도 튀어 한나라당이 국정조사서를 제출하는 등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한 가운데 군 수뇌부의 골프 사실이 확인되는 등 파장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소극대응 비난 빗발

북한 상선은 청진 2호가 2일 오전 11시43분 울산 동쪽 22마일 지점에서 처음 발견된 뒤 모두 4차례, 4일부터 7차례 NLL을 침범했다. 정전이래 50여년 동안 북한의 민간 선박이 우리 영해와 NLL을 침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 당국은 사건 초기 경고사격-정선-병력투입 등 강경대응 대신 경고 등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 북한상선의 NLL 침범이 계속되는 등 파장이 확대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소극적 대응은 남북화해 무드에 찬물을 끼얹지 않겠다는 정치적 맥락에서 나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군 당국은 북한상선이 국제적으로 등록된 민간선박으로 과거의 간첩선이나 잠수정 침투 사례와는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강경대응을 할 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더욱이 민간선박을 발견 즉시 강경 대응할 경우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 ‘냉정한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정부와 군의 혼선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 상선에 대한 대응에 있어 계속 갈팡질팡 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해군등 일선 실무자들의 “북한 상선이 불응할 경우 제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밑바닥 정서와 달리 ‘사전허가 및 요청을 전제로 북한 상선의 NLL 통과허용 검토’방침을 밝히는 등 소극 대응을 주문했다.

그러나 소극대응에 비판이 쏟아지자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이 “(장관)직을 걸고 강력 대응하겠다”고밝히는 등 대응 방향이 수시로 바뀌었다.

▼ 북한의 의도

북한이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항로를 단축, 유류를 절약하려는 경제적 측면을 표면적인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 보다는 1973년 이후 북한이 꾸준히 시도해온 NLL 무력화 시도의 일환이고, 이를 통해 우리 정부와 군의 방어태세등을 점검하려 했다는 분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이 군을 흔들고 사회를 분열시키려는 다목적카드로 연평해전(서해대전)과 달리 민간상선을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 해결 방안은

군 내에서는 최근 1953년에 설정된 NLL을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해군 관계자들은 “현재 218마일에 이르는동해의 NLL을 모두 방어한다는 것은 군사력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작전 능력에 맞게 NLL을 조정, 더욱 철저하게 북한 선박의 침투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군당국은 민간상선에 대한 규정이 애매 모호한 NLL에 대한 작전예규와 교전규칙, 작전범위 등에 대한수정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군의 이 같은 움직임은 “NLL축소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든 결과”라는 따가운 비난 여론 때문에 쉽사리 성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권영효(權永孝)국방차관은 18일 “NLL의 축소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혀 예봉은 피해 나가고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NLL 이란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은 유엔군사령부가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직후인1953년 8월 함정과 항공기의 북방한계를 설정하기 위해 선포한 해상 분계선이다.

정전협정은 육상분계선만 설정했고, 해상의 관할권을 명확히 규정해 놓지 않았다. 유엔사의 NLL 설정의 당초 목적은 당시 남측 선박의 북상을 막기 위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해 NLL은 백령도를 기점으로 서쪽으로 42.5마일(약 80㎞), 동해는 저진항 동쪽으로 218마일(약400㎞)까지 뻗어 있다. 북한도 1992년 남북 기본합의에서 사실상 NLL을 인정하는 등 NLL은 남북 해상군사 분계선 역할을 해왔다.

군은 북한군함에 대해선 NLL 전 구역에 걸쳐 철저히 대응하고 있지만, 비무장 상선의 경우 NLL을 ‘접적(接敵)수역(집중경비구역)’과 ‘공해해역(감시구역)’으로구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접적수역을 넘으면 ‘침범’이고, 공해해역을 넘는 상선은 NLL의 연장선상에 있어도 ‘통과’로 간주한다. 접적수역의 범위는 군사기밀로 공표하지 않고 있으나 서해는 24마일, 동해는 50마일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1973년 12월 서해 5도를 일방적으로 북측 수역에 포함시키는 영해법을 선포하면서부터끊임없이 NLL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북한은 “NLL은 미군이 정전협정과 국제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난해 3월에는남한의 서해 5도를 자신들이 설정한 두개의 수로로 통항하라는 ‘서해5도 통항질서’를 일방적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99년 6월에는 결국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과 남한 함정이 충돌, ‘서해대전’이 발생했다.하지만 북한도 동해의 50마일까지를 군사경계수역으로 설정, 외국 군용선박 및 항공기의 활동을 금지하고 민간선박 등은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

/권혁범기자

■전문가 견해는...

▲지만원(池萬元ㆍ군사평론가)

NLL은 50년간 실효적인 의미를 지녀온 분계선으로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북한의 선박이 NLL를 침범할 경우 유엔사 교전규칙에 따라 현지 지휘관이 판단해 경고ㆍ정선ㆍ검색, 경우에 따라서는나포 등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을 보면 현지 지휘관의 이런 권한을 유엔사와의 협의없이 청와대에서 박탈해 간 것처럼 보인다.

이는 유엔사의존립근거마저 흔드는 행위다. 특히 얼마전 공개된 북 선박과의 교신록을 보면 우리 군의 위상에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할 우리 군이 북의 상선에게 통사정을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무해통항권도 그렇다. 이런 것을 인정하려는 양측이 정식절차를 밟아 협의를 거친 후 인정해야지 일단 북상선이 통과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개념을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김명기(金明基ㆍ명지대 법대 교수)

국제법상 영해가 10해리지만 일본은 대한해협에 3해리를 선포해 나머지를 공해로 남겨둬 소련 선박과 군함의 자유통항을 유도했다.

우리도 대한해협에 대해서는 3해리를 선포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해협의 경우곳곳에 섬들이 산재해 안보상 현실적으로 3해리 선포는 불가능하다.

국제법상 영해는 연안국에서 항로지정과 선박 왕래 시간 계획을 조정할 수 있는권한이 있다. 하지만 무해통항도 전시에는 인정 하지 않는 예외조항이 있다.

북한과는 아직 평화협정을 맺지 않아 무해통항을 헝요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민족공존을 위해 항로를 열어두는 조치는 환영할만하지만 이후 NLL 무력화 등 안보상 큰 허점이 생길 수 있다.

북한상선 출현은 남북 실무진간 어느정도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판단되지만 공식적인 협의 없이 현재처럼 무조건 통과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이후 상호주의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제성호(諸成鎬ㆍ중앙대법대 교수)

북한상선 영해 침범은 안보 무력화, 해양관할 구역 확대, 북미협상 카드 활용 등 다각적인 의도가 깔려 있어 무시전략으로 나가기는 어렵다.

남북기본합의서에 해상 불가침 문제는 협의하도록 돼 있으므로 남북군사 당국자 간에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경우엔 우리 스스로 NLL 성격 재조정과 평화적인 이용에 대한 입장을마련해야 한다.

무해통항 등을 인정하는 것은 기본적인 안보태세를 약화시키고 일방적인 북한 실리만 보장해주는 꼴이므로 정전체제 등 남북 특수관계를고려해야 한다.

남북대화에 조급한 모습을 보여 남북정상회담 등 가시적인 성과에만 집착하다 보면 북한에 이용당하고 ‘북한 퍼주기’로 비춰 국민의 지지 잃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 안보 등 잃을 것이 많은 현재의 조치를 재고하고 해상방어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영해를 우리의 해군력으로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므로 안보와 화해협력을 바탕으로 일부 구간을 공해로 만들어 공존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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