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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섬'으로 장편영화 데뷔 송일곤 감독 "내 스타일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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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섬'으로 장편영화 데뷔 송일곤 감독 "내 스타일로 만들었어요"

입력
2001.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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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간과감자’로 서울단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이듬해 ‘소풍’으로 칸영화제 단편 부문 심사위원 대상.그래서 송일곤(30)감독이 “장편으로 데뷔한다” 고 했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 정도 스타이면제법 큰 작품을 들고 나오겠지.” “요즘처럼 영화에돈이 넘쳐 나는데 쉽게 제작자가 나타나겠지.”

이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6번이나 고쳐 쓴 장편 ‘칼’을 첫 장편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시도는 다 해 봤다. 그러나 허사였다.

“너무 진지하고 무겁고 어렵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돈’ 만 생각하는 충무로의 ‘돈’ 앞에 한국 영화 사상 칸영화제 첫 수상이란 영광도, 송일곤이란 이름도 맥없이 무너졌다.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캔버스 살 돈이없으면 은박지에라도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3억 5,000만 원짜리그의 저예산 영화 ‘꽃섬’ 은 더욱 반갑다. ‘작가로서자유를 얻기 위해’ 그는 디지털 카메라를 선택했고, 스타 연기자를 포기했다. ‘영상의힘’ 을 포기하는 대신 자신의 영화세계를 지킬 수 있었다.

‘꽃섬’ 은 ‘칼’ 과 함께 그의 영화가 나아가고자 하는 ‘폭력’ 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폭력은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 내재된 것이며, 그의 영화는 그 폭력에 희생된사람들이 어떻게 연루됐으며, 또 어떻게 치유되는가를 보여주려 한다.

‘꽃섬’ 은 운명적으로 만나 예정에 없는 여행을 떠나는 10대와 20대, 그리고 30대 여자 주인공 3명을 추적하는 형식의 로드 무비라고한다.

상처는 다르지만 자기 존재를 상실한 그들에게 여행은 ‘죽음의 여정’ 이지만, 그 여정이야말로 구원과 안식으로 가는 시간이다. “꽃섬은 낙원이 아니다.

마지막 삶을 포기하는 순간 내 가슴으로 들어온 다른 사람의 상처에서 서로 ‘희망’ 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그 과정을 송일곤은 기존 관습이아닌 이미지와 사운드, ‘기억과 무의식’ 이란 관념적 언어들로목소리를 낮춰 이야기한다.

결코 즐거운 영화는 아니다. 우리에게는 저 바닥에 감춰진 우리들의 상처를 끄집어 낼 수도 있다. “그러나그 고통의 확인으로 우리가 삶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작은 위로라도 받을 수 있으며, 그 때문에 내 영화를 기억한다면의미가 있다.”

‘꽃섬’ 을 위해 그도 배우들과 두 달 간의 긴 여행을 했고, 그 여정을 무려 120시간 분량이나 찍었다.

오랜 기다림과 관찰, 동화를통해 진실한 연기와 표정을 담기 위해서였다. 그 많은 분량을 1시간58분으로 줄이는 작업만 6개월째. 아직도 ‘꽃섬’ 은 완성되지 않았다.

7월 중순이 돼야 프랑스 파리에서 겨우 키네코 (디지털 영상을 필름으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올해칸영화제는 그의 ‘꽃섬’ 을 애타게 기다렸지만, 완성이 너무 늦어 포기했다.대신 베니스영화제가 초청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27일 미완의 상태로시사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그 결과가 다음 작품을 보장해 주는것도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영화는 무겁고 깊으며 충무로는 그것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도 안다.

단편과 달리 장편은 관객이 영화를만드는 중요한 조건이라는 것을. “그렇다고 신념까지 꺾으며 영화를 만들 이유가 없다. ‘꽃섬’ 이 그렇게 해줄 것 같다.”

겉으로 유약해 보이고, 느긋해 보이지만만나 이야기해 보면 냉철하고 단단한 송일곤. 어쩌면 9월 ‘꽃섬’ 을 국내 개봉하면서, 그가 우리에게 문화적 성숙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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