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능동적…발언대 모시기 쉬워"▦ 홍현진(洪玄珍ㆍ32ㆍ국회 자료조사요원)
9년째 국회 본회의장을 지키고 있는 홍씨는 16대 들어 국회가 긍정적으로 바뀌고있다는 입장이다. “우선 의원분들을 발언대에 모시기가 훨씬 쉬워졌어요.
지난 국회 때까지만 해도 발언예정 의원분들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지만, 이제는 일찌감치 자리에 나와앉아 자료를 정리하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분위기도 부드러워 졌다는 것. “올해초 모 의원이명패를 의장석으로 날린 게 가장 과격했던 장면으로 기억됩니다.
확실히 달라졌어요. 특히 젊은 의원들 사이에는 감정적 행동을 자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요. 매스컴을 통해 문제 현장만 접하는 국민들이야 변화를 느끼기 어렵겠지만요.” 이번 국회에서는 의원들로 부터 고압적인 요구를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을 만큼 매너도 좋아졌단다.
“하지만 본회의가 시작되고도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아 사무처 직원들이 의원들을 찾아다니는 일이 잦지요. 개회 시간에 ‘눈도장’만찍고는 어느 틈엔가 슬그머니 자리를 뜨는 모습도 아직 그대롭니다.”
"스스럼없이 1,000원짜리 식사도"
▦ 안승해(安承海ㆍ48ㆍ국회 직원식당 지배인)
20년째 국회의사당내 직원식당에서 일해온 안씨는 “의원들의 식사문화가 체면형에서 실속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요약했다.
국회 식당은 의원용과 직원용으로 구분돼 있다. 의원 식당은 우리나라 전체 식당중 열손가락안에 드는 수준급 음식점. 하지만 이런 의원식당도 전에는 파리를 날렸다. 다들 으레 승용차를 타고 나가 고급 한정식만을 찾았기 때문.
“요즘에는 의원들이 의원식당에서 자리를 못잡으면 스스럼없이 직원식당으로 들어와 1,000원대의 식사를 합니다. 과거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죠.” 심지어 의원과 직원들이 자리를 놓고 서로 실랑이를 벌이는 진풍경도 간혹 일어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씨는 이인기, 신영국, 박종웅 의원 등 몇몇의 이름을 들었다. “그분들은 아예 매점에서 햄버거를 사다가 보좌진과 회의를 겸해 점심식사를 하기도 합니다..”
"엄청난 자료 무조건 요구는 여전"
▦ 행정부처 관료들
하지만 수시로 국회에 불려 나가거나 자료제출을 요구받는 행정부 각 부처의 관료들은 대체로 국회의 변화에 부정적이다.
어쩌면 이들이야 말로 의원들의 내실과 실력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 다들 익명이 아니고서는 어떻게 ‘감히’ 의원들을 평할 수 있냐고 잔뜩 몸을 움추렸다.
* A사무관=한마디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제도가 아니라 의원 각자의 태도와 인성, 가치관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그 오랜 세월의 관행이 단번에 바뀌리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아요.
* B부이사관=무리한 분량의 쓸데없는 자료를 무조건 요구하는 것부터가 똑같아요. 현안과 별 관계도 없고 사소한 내용을 들고는 “전국을 조사해 달라” “시·도별로 자료를 내달라”고 할 때는 솔직히 돌아서서 욕이 나옵니다.
질의 수준이나 현안을 다루는 태도도 크게 달라진게 없고, 오히려 국회가 너무 자주 열려서 효율성이 떨어진 느낌입니다.
* C서기관=그래도 아주 약간씩은 달라지는 느낌이에요. 전문성을 갖춘 의원도 늘고있고요. 무리한 자료요구를 할 때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고이해를 구하면 수용해 주기도 합디다. 전에는 어림없었지요.
하급실무자에게 대하는 태도도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국회가 열리면 국·과장은 물론, 실무자들까지 여의도로 총출동하는 관행만은 제발 좀 이번 국회에서 바뀌었으면 합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