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해하기 힘든 나라다. 자신들을 돕기 위해 안팎으로 애를 쓰는 사람들을오히려 궁지에 빠트린다.영해와 북방한계선(NLL)을 자꾸 침범해 공연히 안보논쟁을 불러일으키고, 그런 연유로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 입장을 난처하게하는 것 등이 그런 예다.
■국민의 정부가 햇볕정책 이름 아래 안팎으로 북한 정권의 입지를 얼마나 도와 주었는가. 그럼에도 지금 북한 정권의 태도를 보면 햇볕정책의 인과관계는 도저히 성립되지 않는다.
느닷없이 영해를 침범해 우리 군과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온다던 김정일 위원장은 부지하세월인 양 꿈쩍 할 생각을 않고 있다.
그 사이 대통령은 무려 8차례나 김 위원장 답방문제를언급했다. 이래서야 도와 주는 사람의 말발이 서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 선장은 우리 군과의 교신에서 왜 또 그렇게 오해를 살 만한 말을 했을까.이러니 영해침범이 우발적 행동이기보다는 북한 정권의 치밀한 사전 각본에 따른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우리 정부나 군이 난처해질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 난처해진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추후 NLL을 침범할 경우 직책을 걸고 무력사용 등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국방장관이다짐했는데, 북한 선박은 그 뒤에도 몇 차례 더 침범했다.
유추해 보건대, 국방장관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면 적어도 양측간 뭔가 사인을 주고받았기때문이라고 보이는데, 북한은 얄밉게도 그런 기미를 조금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군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한 말은 “지혜롭게 대처하라”는 것뿐이었다.
영토 주권의 수호자로서 대통령이 그 이상 말을 하긴 해야 하는데, 하기가 거북하다면 참으로 갑갑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북한정권은 적어도 파트너의 입장을, 아니 그보다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아량을 가져야 한다.
통치권자의말 한마디가 그냥 법이 되는 절대 통제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와의 차이를 살필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8번이나 답방문제를 언급했으면,이젠 답변을 할 때도 됐지 않았는가 싶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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