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해갈되면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다른 ‘숙제’를 안게 됐다. 바로 국정 쇄신책을 제시해야 하는 문제다.김 대통령은 당초 13일 기자회견을갖고 국정 쇄신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극심한 가뭄의 극복에 전력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이를 무기 연기했다.
회견 연기의 명분인 가뭄은18, 19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해소됐다. 자연 국정 쇄신책에 다시 시선이 쏠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서두르지 않고 긴 호흡을 하는분위기다.
당정 쇄신을 요구했던 민주당소장파들도 조급하게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 국회가 열려있고 남북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전선(前線)이 형성돼있는 지금, 내부 문제에만 매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장파들 사이에는 “한없이 기다리지는 않겠다. 7월에는 뭔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청와대도 이를 잘 알고 있다.아무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회견 연기 전에 수렴했던 다양한 대책들을 더 진전시키지는 않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제도적 개선책은 지금이라도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돼있다.
문제는 인적 개편 부분. 가장가시적이고 자극적인 조치가 사람을 바꾸는 것이지만, 김 대통령은 신중한 입장이다. 청와대 비서진용은 대통령과 호흡이 맞아야 하는 데 지금의 라인업보다 나은 조합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아울러 정기국회 후 여권의 라인업을 재정비 한다는 게 통설이었기 때문에 지금 개편하는 것은정치 일정을 뒤틀리게 할 수도 있다.
민심 이반이 경제문제, 지역감정, 언론과의 갈등구조, 소수정권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판단하고있어 인적 개편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고 있다.
이런 전후 사정 때문에 김 대통령이 내달 초 어떤 방안을 내놓을 지 주목되고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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