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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US오픈 / 구센 '스타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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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US오픈 / 구센 '스타 탄생'

입력
2001.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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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 승부는 의외로 싱겁게 결판났다. 8번홀까지만 해도 구센이 1타 앞선박빙의 승부. 명암은 이후 두 홀에서 순식간에 갈라졌다. 파4의 9번홀(374야드)은 티샷을 휘어진 페어웨이의 왼쪽 끝에 떨궈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제대로만 보내면 쇼트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할 수 있을 만큼 짧다.드라이버 대신 아이언을 잡은 구센은 정확하게 페어웨이 굴곡지점에 공을 안착시켰다.반면 우드를 택한 브룩스의 티샷은 왼쪽으로 감기면서 갤러리들 틈에 떨어졌다. 세컨드샷을 핀 위쪽 5㎙ 지점에 떨군 구센은 까다로운 내리막 라인을 따라 볼을 살짝 밀었다.

볼은 굴곡을 따라 활처럼 휘어지더니 그대로 컵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버디. 아름드리 나무밑둥에 놓인 볼을 바로 그린에 올릴형편이 못된 브룩스는 일단 페어웨이로 볼을 처낸 뒤 3온-2퍼트로 보기를 범했다. 3타차.

이어 10번홀. 9번홀과 같은 374야드의 파4이지만 핸디캡 12의 비교적쉬운 홀이다. 역시 도그레그홀로 티샷을 페어웨이 왼쪽에 갖다 놓아야 한다. 구센은 왼쪽 러프에 빠진 티샷 볼을 2온 시킨 뒤 슬라이스 라인의3.6㎙ 내리막 버디퍼팅을 또 다시 성공시켰다. 반면 브룩스의 티샷은 오른쪽 러프행, 연속 3온-2퍼트로 보기를 범했다. 5타차. 승부는 이것으로 결정났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25ㆍ미국)의 발목을 잡았던 서던힐스CC는 레티에프 구센(32ㆍ남아공)을 최후의 승자로 낙점했다. 구센은 19일 새벽(한국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CC(파70)에서열린 제101회 US오픈(총상금 500만달러) 18홀 연장전에서 버디와 보기 각 3개로 이븐파 70타를 기록, 2오버파를 친 마크 브룩스(40ㆍ미국)를 2타차로 제치고 우승컵과 상금90만달러를 차지했다.

또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10년간 예선면제, 마스터스 5년간 출전권 및 PGA투어 5년간 풀시드권 등 푸짐한 보너스도챙겼다. 첫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획득한 구센은 이로써 게리 플레이어(65년) 어니 엘스(94, 97년)에 이어 US오픈을 제패한 3번째 남아공선수가 됐으며 대회 사상 22번째 외국인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 1~4라운드 내내 선두를 유지하며 우승한 9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브룩스가 3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으며 승부를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자6번홀(파3) 버디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구센은 7번홀(파4)에서 브룩스가 보기로 주춤하는 틈을 타 1타 앞섰다. 구센은 8번홀(파3)에선 티샷을자신의 키높이만한 깊은 벙커에 빠뜨려 위기를 맞았지만 핀 10㎝에 붙는 절묘한 벙커샷으로 파세이브,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특히 전날 60㎝짜리 파퍼팅을 놓치면서 ‘마(魔)의 3퍼팅’을 저질렀던 18번홀(파4)에선 3온후 2㎙ 파퍼팅에 실패하긴 했으나 3퍼팅은 피해갔다. 브룩스는 17번홀(파4)에서 회심의 버디를 낚아 보기를 범한 구센에 3타차로 따라붙었으나 마지막 18번홀에서 경기를 뒤집기에는이미 늦었다.

○…구센은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는 너무 길었다. 마치 1년은 걸린 것 같다”며속내를 털어났다. 구센은 “오늘은 정신집중에 매달렸고 그 결과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말했다. 특히 전날 60㎝ 챔피언퍼팅을 어이없이 놓친 18홀에선 “보기만 하자고 작정했고1.2㎙ 보기퍼팅을앞두고 침착하려고 애썼다”고 토로했다.

남재국기자

jknam@hk.co.kr

■구센은 누구.. 불운 딛고 일궈낸 '기적'

18일(한국시간) 4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60㎝ 파퍼팅에 실패, 손에 잡은 우승을 놓친 레티에프 구센이결국 생애 첫 US오픈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골프디자이너 조니 밀러가 “골프 역사상 최악의 퍼팅이었다”고 평했던 장면은 하루 사이에 잊혀졌고구센은 늘 달고 다니던 ‘2인자’ 꼬리표를 떼어냈다.

남아공 피터스버그출신인 구센은 11세 때 핸디캡 10 정도였던 골프광 아버지 테오의 손에 이끌려 처음 골프를 배웠다. 일찌감치 소질을 드러낸 그는 주니어대회에참가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둬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테니스유망주였던 어니 엘스가 14세 때 골프로 전향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이때부터언론은 늘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 미 PGA 투어 통산 8승을 거둔 엘스에게만 관심을 표시했다.

불운도 끊이지 않고 그를 괴롭혔다. 아마추어 시절 벼락을 맞은 후유증으로 아직도건강이 썩 좋지 않다. 90년 국내아마추어선수권 정상에 올라 프로무대에 뛰어들었고 2년 뒤 유럽무대로 옮겨 96년 노섬벌랜드챌린지에서 유러피언투어첫 승을 거뒀다. 하지만 99년 시즌을 앞두고 스위스에서 스키를 즐기다 왼팔을 다쳤다.

다행히 벨기에스포츠심리학센터와 연결, 치료를 받고 재기에성공했다. “던힐컵, 프레지던츠컵 등 단기전에 자주 출장한 경험이 우승에 크게 도움이 됐다”고소감을 밝힌 구센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감을 얻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결혼 두 달째인 ‘기적의사나이’ 구센은 유러피언투어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서며 본격적인 승수사냥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진짜 이름은 후센 ⓜ1001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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