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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홍승엽의 '빨간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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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홍승엽의 '빨간부처'

입력
2001.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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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새로운것은 없다는 말처럼 무용에서 새로운 몸짓은 없다. 다만 몸짓들을 결합ㆍ전개ㆍ제시하는 방식, 그리고 다른 무대 요소들과의 조화방식이 새로울 수 있을뿐이다.그리고 그 점에서 홍승엽은 종종, 최근 들어서는 자주 승리를 거두고 있다.

15~16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빨간 부처’는 그런 ‘홍승엽 방식’의 또 한번의 승리이자 지금까지의 작품들 가운데 댄스시어터 온의 창단 슬로건인 ‘예술적 진지성과 대중적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가장 근접한성과물이기도 하다.

국내 현대무용 계열의 창작으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100분 길이의 이 작품에서 그는 줄곧 성성(聖性)과속성(俗性)이 하나임을 말하고 있다.

제가 싸 놓은 똥이 부처가 되고 부처가 다시 똥으로 뭉개진다는 식의 설정은 결국 자기부정을 통해 더 큰 깨달음에도달한다는, 혹은 좀더 막되게 말하자면 해탈이 별 것 아니라는 무대적 갈파일 터이다.

홍승엽은 기존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철저한 동작분해에서 출발해 최근 작 ‘달보는 개’와 ‘데자뷔’ 이후 부쩍 애용하고 있는 방식, 즉 극단적으로 분석적인 요소에 익살맞고 위트 있는 동작들을 첨가해 결국은 하나의 역설을 이끌어냄으로써지루하거나 난해하게 느껴지기 쉬운 주제를 무리 없이 전달했다.

무용수들은 전반적으로 예전보다 훨씬 훈련이 잘 돼 있어 안무자의 의도를 적정하게 살려 내고 있었다.

특히 나신에 망토를 걸친 이광석의 감각적인솔로는 무용수로서 그의 연기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음을 보여 주었고, 각자 한쪽 양말만 빨간 색으로 물들인 남도욱-김선이 2인무는 무르익은 기량과감수성을 과시하면서 성ㆍ속(聖ㆍ俗)의 갈등을 상징했다.

휘날리는 반야심경의 서체(김대환이 뒤에서 쓴 것을 프로젝트로 되살린)에 조응하는 무용수들의몸놀림 역시 홍승엽식 해체와 재조립의 과정을 충분히 음미하게 했다.

내년 프랑스 리옹의 메종 드 라 당스 극장 초청공연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100분이라는 시간적 길이를 스스로 버거워하는 것처럼보이는 지점들, 이를테면 ‘똥싸기’의 지나친 반복이나 이따금 발생하는 전개상의 부분적 단절, 음악이 없는 부분에서 춤 처리의 미흡함, 결말의 모호함 등을 손질해 보완한다면 썩 좋은 레퍼토리의 하나로 남을 것이 확실하다.

/이종호ㆍ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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