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미국이지난 16일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천명 등 협력 가능성 제시에도 불구하고 미사일방어(MD) 체제 등 여러 문제에서 전혀 이견을 좁히지못한 것으로 드러났다.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MD 체제를 강행할 경우 핵무기 개발을 강화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밝혀, 앞으로안보 문제를 둘러싼 양국 대화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18일 크렘린궁 대통령 서재에서 모스크바 주재 미국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두 나라가 직면한 안보 위협의성격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며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수정을 위한 미국의 일방적인 움직임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회담에서두 정상은 쟁점을 피해가며 애써 화해 분위기를 연출한 반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2시간 30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수 차례 “핵 전력 증강” 발언에다“(미국은) 마음대로 해라”는 말까지 하는 등 강경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MD 추진 이유로 거론하는 북한 등의 위협과 관련, “북한은 독일과 옛 소련의 구식 미사일 기술을 가졌을 뿐”이라며 “미국이 MD 체제 구축을강행한다면 러시아는 MD를 압도하는 다탄두 전략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전날콜린 파월 미국 국무부 장관과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이 러시아의 반대와 상관 없이 MD 강행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미국의 행동을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무기감축협정에 상관 없이 핵 전력을 증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는 미국에협력과 공동 작업을 제의하지만 그런 것이 필요치 않다면 마음대로 해라”고 말해, MD 강행에 강한 적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적어도앞으로 25년 동안 미국의 MD 체제가 러시아 안보에 중요한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다탄두 핵 미사일 증강 비용은 크지 않을것이며 러시아 핵 무기는 다양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상회담에서합의한 실무 대화와 관련, 서두를 준비가 되어 있지만 양국은 우선 ▦미국이 말하는 심각한 안보 위협의 존재 여부 ▦MD의 결과 ▦ABM 협정의어떤 조항이 MD 체제와 충돌하는 지 등을 밝혀야 한다며 미국의 MD 체제 추진 근거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중국과의 안보협력 관계를 공개 거론하면서 “중국은 매우 적은 수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며 MD가 자국의 핵무기 억지력을 무력화할 것으로 매우 걱정하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도 중국의 경제ㆍ군사력이 증강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란에 대한 무기 공급을부인하며 오히려 일부 미국 기업이 이란과 협력관계에 있다며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그 명단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매우 높은 수준의 신뢰를 확인했으며 부시 대통령은 “주의 깊은 경청자”라는 호의적인 발언도 가미했다. 그러나 이 마저 수사로여겨질 만큼 러시아의 불편한 대미 관계를 드러낸 자리였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m-푸틴 일문일답요지 1001146
김범수기자
bskim@hk.co.kr
■ "MD 러核에 역효과" 美카네기보고서도 우려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가강행될 경우 현재 추진중인 장거리미사일 감축 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등2개 민간 연구소가 작성한 ‘구 소련지역의 핵전력실태 보고서’를인용, 현재 6,000개에 가까운 러시아의 전략 핵탄두는 지금의 감소추세가 계속될 경우 2010년에는 1,086~1,546개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MD체제를 구축하고 러시아가 이에 맞서 미사일 핵탄두 감축을 중단하게 되면 러시아는 같은해 3,500개의 핵탄두를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SS-27 미사일은 1999년부터 해마다 30~40기씩 실천 배치할 계획이었으나 예산 부족으로 실제로는연간 10기 정도만 배치하고 있어 2007년 말까지 약 100기 정도가 배치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러시아가 SS-27 생산량을 연간 20기로늘리고, 핵탄두를 1개씩 적재하는 미사일체제를 3~4개를 적재하는 다탄두 체제로 개조할 경우 2010년말에 SS-27 발사체는 200기, 탑재핵탄두는 600~800개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러시아는 또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Ⅱ)에 따라 2007년까지 폐기를 완료키로 한 SS-18미사일, 전략폭격기와 잠수함 등에 탑재하는 핵탄두의 폐기를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서는밝혔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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