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여가 서로 파트너십을 가져야합니다. 사회와 가정에서 남성과 여성 중 어느 한 쪽이 의사결정권을 독점해서도 안 되고, 서로 대화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남성운동가이자 여성운동가인 하유설(56ㆍ미국인ㆍ메리놀선교회)신부는 남성과 여성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꿈꾼다.
서울 여성의 전화 ‘평등문화를 가꾸는 남성의 모임’의 좌장이기도 한, 그는 26일 3기 모임을출범시키려 했던 계획이 좌절돼 안타까워하고 있다.
서울 여성의 전화가 5월 17일부터4회 과정으로 실시했던 대중교육 ‘평등문화 가꾸기 남성교육’은 3기 회원을 모집하기 위한 전초전이었다.
교육 첫날 서울 중구 장충동 여성사회교육원에는회사원 조모(30)씨,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는 박모(56)씨, 고교교사 최모씨, 변리사 이모씨 등 약 10명의 남성들이 쑥스러운 듯 들어섰다.
최후까지 남은 사람은 4명. 하 신부는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평등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95년 결성된 1기 모임은 사회 저명인사들로구성됐으나 흐지부지돼 버렸고, 97년에는 하 신부, 김대유 전교조 정책연구국장 등 대학생, 회사원 등 평범한 사람들로 2기 모임을 꾸려서 지금까지명맥을 이어왔다.
모임을 거쳐간 사람들이 지금까지 약 40명. 하 신부는 적은 수이지만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남성들이 있다는 사실에서 희망을엿보고 있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상생을 고민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평등문화를 가꾸는 남성의 모임은 지난 해 자료집 ‘멘즈 워크(Men’sWork)’를 번역하는 작업을 끝낸 후 6개월간 공백기를 가졌다. 보다 많은 남성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필요성도 느끼게 된 계기였다.
남성교육에 내리 참석한 하 신부는“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며 “남성들이 감정표현이나 의사소통 기술에서 서툰 것이 남녀가 파트너십을쌓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들이 ‘남자는 강해야 한다’ ‘가장은 어떤 난관이 있어도 가정을 (경제적으로) 책임져야 한다’와같은 ‘남성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떨쳐 내버리는 것이 평등문화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가부장제에 짓눌려 살아가고 있다.뿌리깊은 가부장제의 억압에서 해방돼 성숙한 남성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하 신부는 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앞에서 열린 모성보호관련법안 지지 1인 릴레이시위에도 참여했다.
여성단체연합 지은희 대표, 여성노동자회협의회 이철순 대표 등 여성계ㆍ노동계 대표와함께였다. “89년 미국에 돌아가서 남성학을 공부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노동 사목활동을 했기 때문에, 여성문제이자 노동문제이기도 한 모성보호법안을간과할 수 없었다.”호주제폐지를 지지하는 그는 “여성 이슈는 여성만의 것이 아니라 남성들과 함께 풀어가야 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하 신부는일단 3기 모임은 실패했지만, 남성과 여성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보다 많은 남성들이 동참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평등문화를 가꾸는남성들의 모임에 대한 문의는 (02)2272-2161.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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