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잉사와 유럽의 에어버스사가 향후 30년간 여객기 시장의 제공권을 좌우할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지난 해 슈퍼 점보기 시장을 놓고 공중전을 치렀던 두 회사의 싸움은 보잉에 항공기 엔진을 독점 공급하는 제너럴 일렉트릭(GE)과 하니웰의 합병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립과 맞물리면서 한층 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두 회사는 먼저 16일 개막된 ‘파리 에어쇼’에서 맞붙었다. 에어버스는 550명 이상이 탑승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항공기 A380기의 실물크기 모형을 선보이며 지난해 보잉 747X에 완승을 거뒀던 기세를 이어가려 하고 있다.
2000년 한해 동안 세계 여객기 시장에서 에어버스의 A380기는 65대나 주문을 받은 반면, 보잉의 슈퍼점보기 747X는 단 한 대도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반면 보잉은 슈퍼점보 개발계획을 사실상 포기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여객기를 표방한 스텔스기 모양의 ‘소닉 크루저’를 공개하며 만회에 나섰다.
2006년께 상용화될 소닉 크루저는 음속에 가까운 마하 0.9의 속도로 항속거리가 1만 6,668㎞에 달해 세계 최초로 런던-시드니 직항이 가능하다는 게 보잉측의 설명이다.
두 회사는 상대방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노골적으로 경쟁을 하고 있다. 존 레이 에어버스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소닉 크루저는 속도가 조금 빠른 대신 소음과 공해가 한층 심할 것”이라면서 “기술적인 측면을 무시한 광고를 일삼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보잉의 로렌스 맥크레켄 대변인도 “A380기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겠다”면서 “적이 실수를 할 때 말할 필요가 없다”고 받아 쳤다.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다소 앞서고 있는 보잉은 수 만 피트 상공에서도 지상과 별 차이 없는 초고속 인터넷과 쌍방향 E-메일이 가능한 ‘커넷시온’시스템을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에 제공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세계 최대 항공기 엔진 생산업체인 GE와 항공기 전자장치 등 부품 생산업체인 하니웰의 합병까지 넣어 싸우고 있다. 보잉의 해리 스토네시퍼 부회장은 16일 르 몽드와의 회견에서 에어버스측이 GE와 하니웰의 합병을 견제하기 위해 EU 집행위원회에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보잉에 항공기 엔진 등을 납품하고 있는 GE가 하니웰을 인수할 경우 보잉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에어버스 측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어버스의 노엘 포기어 최고경영자(CEO)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에어버스는 합병을 지지하며 EU 집행위에도 이 같은 입장을 통보했다”면서 보잉측의 주장은 ‘정치적’이라고 반박했다.
EU는 보잉과 하니웰이 미국 기업이지만 EU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을 하고 있어 합병이 독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 EU는 내달 12일 합병 승인여부를 공식 발표할 계획인데 향후 보잉과 에어버스의 시장 지배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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