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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이미연-얄미운 이영애 "서른 잔치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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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이미연-얄미운 이영애 "서른 잔치는 시작됐다"

입력
2001.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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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영미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베스트셀러가 된 이 시집이 나온 것은1994년. 그럼 2천년 대의 여자 나이 서른은? 이미연과 이영애는 말한다. “서른, 잔치는 시작됐다”고.서른 살의 두 여인이 연예계를 양분하고 있다. 둘 중 어느 하나를 앞세우기 어렵다.영화, TV, CF, 는 물론이고 두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내세운 음반 등에서 종횡무진이다.

둘 다 1971년생. 이미연이 1월, 이영애가 9월생이다.그리고 스물 아홉에 ‘운’이 트이기 시작했고, 서른에 절정을 맞고 있다. 몇몇영화의 흥행 실패(이영애), 결혼과 이혼(이미연)으로 “이젠 한 물 간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던 두 사람이었다.

■이혼녀 파이팅!!!

“미연이가 애기(고교생)때저기서 걸어 들어오는데, 그 뭐야, 부처님 뒤에 이렇게 둘러진 광배, 그게 있는 것 같더라니까.” (‘시네2000’ 이춘연 대표의 말) 소녀가 처녀가 됐고, 결혼을 했고 이혼을 했다. 사람들은 그 녀가 가장 힘들 때 가장 큰 박수를 보냈다.

‘이혼 후 인기상승 증후군’. 이미연의 결혼과 이혼은 모두 충격이었다. 톱 스타와 신인 탤런트의 결혼, 남편의 성공, 그리고 이혼. 이혼 후 이미연에대한 동정론.

사람들 얘기는 대충 이런 것이다. “잘나가던 이미연이 남편 출세시키고 버림 받았다.” 물론 사실과 다를 뿐더러 전 남편 김승우가 들으면 펄쩍 뛸 얘기이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접한 연예 소식을 휴대전화로 재빨리알리는 ‘반(半)연예 기자’ 수준의 요즘 신세대들은 이미연의 ‘이혼’ 스토리를 믿어 버린다. 그리고 “전 남편과 친구처럼 잘 지낸다”는 이미연을 보고결론을 내린다. “언니너무 멋있어요.”

얼굴이 표지로 나온 편집 음반 ‘연가’ 170만 세트, 제작진의 애를 태우다 ‘성은’을 내리듯 출연한 KBS 사극 ‘명성황후’의 높은 시청률. 여기에 촬영 중인 ‘흑수선’(배창호 감독)에서는 영화 인생에서 오지 않을 것 같은 멜로의 주인공도 맡았다.

“청소년연기를 하다 결혼하고 나니 당연히 멜로 영화는 출연 제의가 없었다”는 말처럼 남녀의 ‘정상적인’ 연애 영화에는 별로 출연한 적이 없다.

■아직도 신선한 ‘산소’

이영애는 프라임 타임 광고 시간대를 거의 꿰어 찼다. TV를 보며 사람들은 말한다. “또 이영애네, 또 이영애야?” 그리고 덧붙인다.

“그런데다 예쁘네.” 광고 속 그 녀는 ‘내게힘을 주는’ 크레디트 카드를 갖고 마음껏 소비하지만 또 한편으론 남편이 준비한 엄마의 생일 선물을 보고눈물을 흘리는 소박한 캐릭터이다.

그러나 “연기자로서의 길에늘 서있고 싶다”는 이영애에게 “광고가 많아 좋겠다”는 말은 하나도 기쁘지 않다.

“너무 많이 사랑해 주는 것 같아 고맙기는 하지만 이럴수록 조용히, 침잠하고 싶다.” 강원도 동해에서 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간다’를 촬영 중이다.

감독의 전작 ‘8월의 크리스마스’로 심은하가 한국 최고의 히로인이 되었듯, 이번 영화는이영애 영화 인생에서 연기자로서 큰 자리매김을 하는 기회가 될 듯하다.

눈물보를 자극하는 영화 ‘선물’에서이영애는 많이 울리기는 하지만 “진짜 연기파”라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그러나 원숙해진 연기력은 곧 크게 터질 것 같다. 편집앨범에서는 비록 이미연에 뒤졌지만 방송사는 그의 이름을 딴 토크쇼를만들려 했고, 영화와 CF계의 ‘러브콜’은 국내 최고다.

사람들은 이영애에게서 ‘판타지’를 기대한다. ‘산소 같은 여자’가 나이를 먹을수록 더더욱 투명해지는 것, 이영애는 대중에게 이런 종류의 기대를 가장 많이 주는 배우가 아닐까.

■같거나 혹은 다르거나

두 사람의 사진을 찍어 온 조세현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는 “피사체로서두 사람은 차이보다는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지적이고, 단아하다.

이영애가 동양적이고 수수한 느낌, 한복이 잘 어울리는편이라면, 이미연은 화려함과 순수함을 동시에 갖췄다”고 말한다.

이영애는 미리 컨셉 분석을 마치고 오는편이고, 이미연은 분위기에 따라 즉흥적이다. 이런 지적은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영애는 역할을 맡으면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배역 속으로 빠져드는 편이고, 이미연은 현장에서 다른 배우와의 조화있는 캐릭터를 생각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기 상승에는 ‘뭔가’가있다. 세상이 달라지면 가치도 달라지는 법. 30대 전후의 높아진 이혼률.

이혼녀를 손가락질하거나 뭔가 문제가 있을것이라 단정하는 사람은 이제 고루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세상이다.

이혼과 사회 활동 복귀. 이런 당당한 태도는 많은 20, 30대 여성을 든든한심리적 후원자로 만들었다. 이미연은 유난히 ‘언니 부대’가 많다.

‘노처녀’ 이영애도 어린 티는 결코 내지 않는다. 영화는 물론 광고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딴 ‘아줌마’ 인형을 허락했다.

나이 서른은 70년대만 해도 누구나 가정을 이루고 학부모가 된 나이지만 지금은 전문직을 갖고 독신으로 지내는‘유예된 신세대’들이 많다. 초라하지 않고 당당한 30대의 표상 중하나가 바로 이영애와 이미연이다.

‘예쁜 영애와 당당한 미연’. 여중생부터 아줌마까지 ‘서른 잔치를 시작한’ 이 두 여배우에게환호하는 이유가 또 무엇이 있을까.

지적이고 단아한 느낌. 나이에 비해어려 보이는 외모.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을 찍은 사진작가 조세현씨는 “이영애는 흰색, 이미연은 옅은 초록색”이라고 이미지를 규정한다. /사진제공 작가 조세현.

박은주기자

jupe@hk.co.kr

■이들의 몸값은 얼마

‘몸값’을 상징하는 척도는 CF 전속금액이다. 현재 이영애가 출연중인 광고는 LG카드, LG생활건강, 삼성 지펠, 웅진코웨이, 도도화장품 이소카임,한국통신 기업이미지광고 등 모두 6개.

광고업계에서는 그 녀의 1년 전속금을 4억 원 수준으로 본다. 게다가 삼성 지펠 냉장고는 거의 최고가에달하는 4억 5,000만 원에 계약을 맺었다. 출연 중인 CF만으로도 수입이 24억 원을 넘는다.

시청자들로서는 이영애의 출연 광고를 두세 편 연거푸 보는 일도 드물지 않다.모델료도 비싸고 겹치기 출연으로 이미지가 식상할 법도 하지만 업계는 이영애가 ‘제 값을 한다’는 생각이다.

도도하면서순수하고, 고급스런 다면적 이미지로 제품 컨셉을 훌륭하게 소화한다는 것이다. LG카드의 경우 신인 모델에게 잠시 자리를 넘겼을 때 비슷한 액수의광고 집행료를 들였지만 ‘제품 인지도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았다’고 한 관계자는털어 놓았다.

이미연이 출연 중인 광고는 SK 스피드메이트, 위니아 딤채, 배상면주가 주류산사춘, 피죤, 화장품 레뗌 등 5개. 현재 1년 전속료는 3억 원 수준으로 앨범 ‘연가’ 등으로 전성기를 맞기 이전의 3배 수준이다.

아직 이영애에 필적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는 광고업계에 희한한 선례를 남겼다.이혼으로 위약금을 물어야 할 상황을 딛고 오히려 몸값을 높인 것이다.

지난 해 11월 이혼 당시 광고주가 ‘위니아딤채’의 광고방송 중단을 검토하려 하자 ‘이혼녀는 딤채도 못 쓰냐’는 네티즌의 항의로회사 게시판이 폭파될 지경이었다.

또 회당 350만 원으로 주연을 맡은 KBS 대하사극 ‘명성황후’의광고시장도 ‘이미연 신드롬’을 누리고 있다.

이달 초 그 녀의 조기투입으로 시청률이두 배 가까이 급상승하자 다음 달 완판이 안 될까 걱정하던 이 시간대 광고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영애, 이미연의 전성기가 경기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지난해 최고의 광고모델은 차태현, 김민희 등 이동통신시장의 10대의 우상들이었다.

최근 경기침체와 각종 규제로 이 시장이 침체되면서 가전제품, 화장품등 소비가 꾸준한 상품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실질 구매력이 있는 20, 30대 여성층이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고, 자신의 모델이 될 수 있는두 여자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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