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求道작가 남지심씨 '14년만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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求道작가 남지심씨 '14년만의 외출'

입력
2001.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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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담바라’의 작가 남지심(57ㆍ여)씨가 14년만에 신작 장편소설 ‘담무갈’(전4권ㆍ푸른숲 발행)을 발표했다.1980년 데뷔작 ‘솔바람 물결소리’ 이후 커다란 대중적 성공을 거둔 ‘우담바라’(1987)에 이르기까지 줄곧 종교성 가득한 작품을발표해온 남씨는 이번 작품에서도 생명의 근원적 힘으로서의 종교성의 문제를 추구한다. “나는 지금의 내영혼이, 혹은 정신 세계가 나의 전부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 말은 내 영혼, 혹은 정신 세계가 더 깊게 더 높이승화되어갈 수 있음을 믿고 있다는 말이다. 인류의 정신세계를 승화시켜 갈 주체는 종교다.”

확고한 이 말처럼 남씨는 ‘담무갈’에서장중하고 강건하게, 마치 쉼 없이 바다로 움직여가는 강물의 흐름과도 같이 생의 완성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그려 보여준다.

담무갈(曇無竭)은 ‘화엄경’에서금강산 일만이천봉에 상주하며 법을 일으킨다고 전하는 법기보살(法起菩薩)이다.

남씨는 ‘우담바라’에서3,000년에 한 번 핀다고 하는 상상의 꽃 우담바라를 통해 개인적인 깨달음의 세계를 그렸다면, 원고지4,000장이 훨씬 넘는 새 장편 ‘담무갈’에서는 ‘함께 하는 삶’의 깨달음을 그린다.불교와 원불교, 기독교와 가톨릭의 세계가 이 소설에서는 함께 한다.

소설은 세 살 때 미국으로 입양돼 갔다가 30여 년을 넘게 살아온 식물학 박사한수잔이 부모를 찾기 위해 방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매화차를 마시다가 “이 차 한 잔 속에봄의 향기가 가득 들어있는 것 같네요”라고 하는 수잔에게 스님은 “봄의 향기 속에는우주의 향기가 그대로 스며 있으니 지금 우리는 우주의 향기를 마시는 중”이라고 답한다.

이대화처럼 소설은 ‘우주가 우주를 즐기듯’ 유장한 문체와 사건의전개로 깨달음의 세계를 전한다.

소설적 갈등은 거의 없다. 100여명이 넘는 주인공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삶 속에서 생을 완성해가는 모습이 구체적 행동으로, 감정의 과장 없는 착실한 걸음걸이로 이어진다.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의 생애가 액자소설형태로 들어있는 것도 ‘담무갈’의 특징이다. “완성에이르지 못한 생명은 자신의 완성을 위해, 완성에 이른 생명은 완성에 이르지 못한 다른 생명의 완성을 돕기 위해 부단히몸을 받고 환생을 반복해 간다.” 작가 남씨의 이런 믿음이 ‘담무갈’에서는맑고도 정결한 세계로 형상화했다.

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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