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두는 공간은 지독하게 폐쇄적이다. 아무리 크고 중요한 대국이라도 대국실 안의 분위기는 숫자가 쓰여진 흰 돌과 검은돌에 의해서만 바깥으로 전달된다.'정숙'이라는 절대절명의 규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도 쉽지 않다. 셔터 소리와 플래시의 섬광은 더욱 금기이다.
큰 대회라도 대국 초반 1~2분 정도만 촬영이 허락된다. 유명한 프로기사들이 바둑을 두는 표정은 어떤지, 어떤 버릇이 있는지는 그래서 사진이 아닌 이야기를 통해서만 알려진다.
비록 온라인상이지만 사진작가 이시용(36)씨가 시도하고 있는 바둑 사진전시회는 그런 이유에서 볼때 귀한 전시회이다.
유명 사진 포털사이트인 줌인(www.zoomin.co.kr)의 전시공간을 빌어 22점의 대국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 바둑계의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 대국이 시작되기전의 빈 의자와 빈 바둑판에서 시작해 승부가 나가 복기하는 모습, 두 기사가 자리를 뜨는 모습 등을 필름에 담았다.
이씨는 월간 바둑과 월간 갤러리 가이드 등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했던 인물.1997년부터 3년간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의 보도 사진을 담당했다.
"다섯평 남짓한 납상자 같은 그 곳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상실하고 불꽃처럼 산화해 가는 승부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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