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수도 베를린 시장에 동성애자가 선출됐다.베를린 시의회는 16일 15년 동안 베를린 시장으로 재임해 온 기민당(CDU)소속 에베르하르트 디프겐 시장을 불신임 투표로 쫓아내고 후임에 클라우스 보베라이트(47) 사민당(SPD) 시의회 원내총무를 선출했다.
오는 가을 총선 때까지 베를린시 과도 정부를 이끌게 된 보베라이트 새시장은 지난 10일 사민당 특별 전당대회에서 시장 후보로 선출되기 직전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그는 당 대의원들 앞에서 “나는 동성애자이며,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독일인들 사이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그는 ‘커밍 아웃’이후 졸지에 유명 정치인이 됐다. 그는 동성애자임을밝히게 된 것은 일부 보수 언론 등이 자신을 선거과정에서 이슈화 하려는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라며, 완전히 자발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베를린의 동성애자들은 보베라이트의 시장 선출 소식이 알려지자 게이와레즈비언들이 몰려 살고 있는 쇤네베르크 지역에서 거리축제를 벌였으며, 다른 동성애자 정치인들에게도 ‘커밍 아웃’을 촉구했다.
베를린은 19세기동성애자 권리운동의 요람이었으며 현재도 유럽 동성애자의 중심 무대이다. 지난 3월 파리 시장에 당선된 사회당의 베르트랑 들라노에도 동성애자임을밝힌 바 있다.
보베라이트는 디프겐 시장 불신임안 통과로 10년 동안 지속됐던 기민당-사민당간의‘대연정’이 무너지게 됨에 따라 녹색당 또는 구 공산당 후신인 민사당(PDS)과 연정을 모색하고 있으나 기민당 측이 민사당의 공산 정권 시절의죄과를 들어 반발하고 있어 이를 수습하는 것이 첫 과제이다. 그는 베를린 시 정부의 세대교체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1953년 베를린에서 출생한 토박이로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일찍이 1972년에 사민당에 입당해 꾸준히 정치활동을 해왔다. 1995년 시 의원이 됐으며 미혼이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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