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행 / 원시자연 나들이 4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행 / 원시자연 나들이 4선

입력
2001.06.18 00:00
0 0

이제 원시의 자연은 한반도에 많지 않다. 열 손가락이 남을 정도이다. 좁은 땅덩어리에많은 사람이 살다 보니 심산유곡도 발길에 치일 수밖에 없다.다치지 않은 자연을 호흡할 수 있는 곳을 꼽아본다. 다녀 온 사람들의 추억에 찍힌사진처럼 언제나 그 모습이기를 바라면서.

■울릉도 성인봉길

바위섬 울릉도는 작지만 속내가 깊다. 경사가 심하고 미끄러운 비탈은 인간의 발길을허락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모습을 보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이다.

이미 10여 년 전에 섬을 일주하는 도로를 놓으려 했지만 철저히 자기 방어적인섬의 험한 바위덩어리를 어찌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작은 섬나라에는 원시의 모습이 곳곳에서 호흡한다. 원시의 주변이라도 구경하는 방법은 성인봉 등반이다.울릉도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하다.

성인봉의 높이는 해발 984㎙. 1,000㎙도 넘지 않는 얕은 산이라고 우습게여겼다가는 큰 코 다친다. 산행은 해발 0㎙에서 시작되는데다 등산로 초입부터 가파른 고갯길이 기다리고 있다.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항에서 동남릉을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코스와, 차를 이용해 나리동으로 이동한 다음 정상에 올랐다가 도동으로 하산하는 코스 등 두 가지 등산로가 있다.

후자를 이용하면 울릉도 북서쪽의 원시림을 구경할 수 있다. 섬의 생태계는 육지의 그 것과 조금 다른 법. 이국적인 정취에 취할 수 있다.

성인봉 정상도 이색적이다. 꼭대기에 평상 2, 3개를 펼쳐놓은 크기의 평지가있다. 등반객이 많을 때에는 올라서기도 힘들다.

그러나 꼭 정상을 밟고 사위를 둘러봐야 한다. 360도를 돌아 봐도 망망대해. ‘생애가장 넓은 곳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희열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 울진 소광리 소나무숲

바람소리 중에 송뢰(松+ 竹아래 賴)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솔숲을 스치는바람소리이다. 예로부터 송뢰는 청아하고 기품이 있다고 하여 바람소리 중 으뜸으로 꼽았다.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의 소나무숲은 송뢰를 사시사철들을 수 있는 곳이다. ‘사람이가꾼 원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백병산과 삿갓재 기슭의 1,800㏊에 이르는 넓은 산줄기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빽빽하게 도열해 있다. 평균 수령은 약 80년, 이중 10여 그루는 500년이 넘었다.

평균 키는 24㎙이고 가장 큰 것은 10층 아파트 높이인33㎙에 이른다. 흔히 볼 수 있는 품종이 아니다. 몸이 곧고 껍질과 살이 붉은 색이다.

‘살아 1,000년, 죽어 1,000년을 간다’는 황장목이다. 황장목은 왕실의 건축물을 짓던 목재. 이미 조선숙종 6년에 이 소나무숲을 황장봉산이라 정하고 보호했다.

과거에는 나무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지만 이제는 울진군의 대표적인여행 명소가 됐다.

트레킹은 36번 국도의꼭대기인 대우치의 광천교에서 시작된다. 솔숲 사이로 계류가 흐르고 그 계류를 따라 917번 지방도로와 임도가 나 있다.

수령 530년의 최고참소나무를 만나는 곳까지 13.5㎞. 왕복 8시간을 잡으면 충분하다. 티 하나 없이 맑은 물과 물에 씻긴 너럭바위의 모습이 아름답다. 울진군청 문화관광과(054)785-6391

■ 강릉 송천계곡

한 때 탄가루가 섞여 흐르던 먹물천이었다. 주변의 탄광이 문을 닫은 지 약15년, 자연은 놀라운 자기정화능력을 보여줬다.

이제 물빛은 크리스털 블루로 통한다. 열대 해변의 그것과 비슷하다. 바닥에 하얗게 쌓인 석회석모래빛을 파란 물비늘로 반사한다.

물길을 이끄는 양 쪽의 바위언덕에는 꽃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사람이 망쳐놓으려 했지만 이를 이겨낸 자연의힘을 느낄 수 있다.

송천은 오대산에서 발원하는 계류. 용평스키장이 있는 평창군 횡계리를 가로질러이 곳에 이른다. 정선의 아우라지에서 골지천과 만나 조양강이 되고 몸피를 불리면서 동강, 남한강에 흘러든다.

트레킹 코스는 정선군 북면 구절리종량동에서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의 닭목재까지 약 20㎞. 물을 따라 왕복 1차선 도로가 뚫려 있다.

강릉땅이지만 정선에서 들어가는 것이 좋다. 달랑 객차 하나만을 달고 다니는 꼬마열차의종착역 구절리에서 약 5㎞ 북쪽으로 더 들어가면 종량동이다.

노추산이라는 명산이 오른쪽으로 버티고 있고, 시원한 물줄기가 장관인 오장폭포도 구경할수 있다. 동트기 전에 출발하면 하루에도 주파가 가능하지만 이틀 일정이 적당하다. 숙식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 지리산 법천계곡

가장 사람의 손때가 많이 묻은 산을 꼽으라면? 지리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장 자연이 잘 보존된 산을 꼽으라면? 역시 지리산이다.

지리산만큼 많은 사람이 찾으면서도 골골이 원시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워낙 품이 넓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리산의 중산리와 장터목산장을 잇는 법천계곡은 인기 등산로이다. 그러나80% 이상의 등산객은 내리막길로 이용한다.

천왕봉에 오르는 최단 거리인 중산리-법계사 코스로 정상에 올랐다가 옆 봉우리 제석봉을 거쳐 하산하는코스이다. 그래서 내려다보는 법천계곡은 익숙하지만 치켜보는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중산리매표소에서 계곡을 끼고 장터목산장에 오르는 길은 약 3.5㎞. 3시간이걸린다. 제석봉을 거쳐 천왕봉에 올랐다가 법계사로 내려오는데 7시간이면 충분하다.

지리산 하루 산행에 제격이다. 법천폭포를 중심으로 이끼 가득한바위들이 늘어서 있다. 깊은 가뭄에도 물은 완전히 마르지 않았다. 산안개가 함께 하면 더욱 환상적이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