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일본ㆍ유럽연합(EU) 등 세계경제 불황의 삼각 파고가 한국경제를 다시 엄습하고 있다.최근 회복론에 무게가 실렸던 미국 경제가 고용 및 기업실적 부진 등으로 침체상태가길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는 등 세계 경제가 급속히 냉각돼 국내경제에도 수출급감, 증시하락 등의 심각한 주름살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정부의 하반기 잠재성장률 달성(5%수준) 기대는 장밋빛 전망에 그칠 것으로 우려되면서 통화확대,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있다.
■ 미, 2분기 제로 성장 가능성
한국경제에 가장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는 곳은 미국경제의 장기침체 조짐. 미 경제는 1ㆍ4분기 성장률이 당초 2.0%에서 1.3%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 데 이어 2ㆍ4분기에 제로 성장이란 최악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 기업의 실적이 민간소비 및 투자 부진으로 지난해 4ㆍ4분기마이너스 5.4%에서 올 1ㆍ4분기 마이너스 3.1%로 2개월 연속 마이너스행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신규고용도 4, 5월에 2개월 연속 10만명씩 감소하는 등 주요 거시지표가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최근 보고서에서 “4~5월중 미국경제의 성장둔화 현상이 심화, 정체 상태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2ㆍ4분기중 성장률이 사실상 제로(0%)이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경제는 올들어 5차례의 금리인하, 대규모 감세법안 통과 등에 힘입어 3ㆍ4분기부터 침체터널에서 빠져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 일본 9월말 위기설 대두
일본도 내수와 수출부진등이 심화, 올들어 성장률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1ㆍ4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2% 감소한데 이어 2ㆍ4분기에도 65조엔(총대출금의 13%선)에 달하는 금융권의 부실채권과 막대한 국가부채(GDP의130%)에 따른 재정지출의 여력소진 등으로 2개월 연속 뒷걸음질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금융기관들이 엄청난 평가손을 보고있는 주식시가평가제 시행으로 9월말 또다시 금융위기를 맞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독일, 프랑스의 경기악화로 비틀거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6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6~3.6%에서 2.2~2.8%로 낮췄다.
■ 하반기 경제운용 수정 불가피
전문가들은 정부가 당초 예상한 올해 경제운용계획(성장률 5~6%, 물가3%)은 최근 세계경제의 동반추락을 감안할 때, 대폭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경부는 하반기 종합경제대책에서 올해 성장률을 4~5%대로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도 경기부양책은 쓰지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 한진희 (韓震熙) 연구위원은 “국내외경제환경에 복병이 워낙 많아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감안한 ‘비상대책(ContingencyPlan)’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도 침체 장기화에 대비한 통화공급 확충, 재정확대, 소비 등 내수경기 진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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