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ㆍ일 월드컵을 준비하는 우리 선수들의 자세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부탁을 받고 참으로 망설였다.전 대표팀 감독으로서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하지만 ‘선수와지도자로 쌓아온 30여년의 경험이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어렵게 결심했다.
선수로 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은 때는 1986년 멕시코 대회였다. 32년만의본선진출이라는 사실 하나로 온 국민의 성원 속에 아르헨티나와 첫 경기를 치렀다. 당시 나와 동료들은 두려움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경기를 했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준비를 해오지 못한, 즉 세계의 수준을 전혀 몰랐던 상황에서 막연히 ‘부딪쳐 보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대회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선진축구의 차이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너무 컸다.
이러한 선수단의 분위기는 90년 월드컵이나 94년, 98년 월드컵 때도 고쳐지지않았던 것 같다. 감독으로 참가한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에서 첫 경기에 실패한 원인도 스페인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지 못한 데다 이런선수단의 분위기가 크게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컨페더레이션스컵서 TV 해설위원으로 중계를 하면서 우리 선수들이 큰 무대서‘첫 경기의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좀 더 분명히 느끼게 되었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선수들은 너무 막연히 준비를 한다.
말하자면 자기계발과 상대에 대한 연구노력이 없다는 말이다.대회를 앞두고 모두가 ‘열심히 뛰겠다’고 결심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자신과 싸울 상대를 스스로 조사, 연구함으로써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몸싸움에 강해지기 위해 웨이트를 해야 하고, 자신의 부족한 개인기를 연마하고, 본선서 상대할 팀과 선수들에 대한 개인적인 연구, 분석이 필요하다.상대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할 지 이미지트레이닝도 해야 한다.
이런 훈련을 통해 스스로 강해졌음을 느낄 때 지금까지 큰 무대서 가졌던첫 경기(강팀)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 낼 수 있다.
우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성공적인 월드컵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성적’이라는사실을 절감했다.
그런 점에서 월드컵 현장의 주인공인 선수들의 마음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 모두가바로 이 순간부터 ‘내년 월드컵은 내가 뛴다’는 각오로 완벽하게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모든 면에서 어려운 상황이다. 선수들의 선전을 통해 국민이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되는월드컵이 되길 기대해 본다.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
※다음 회에는 이원복(한국동물보호연합 회장)씨가 ‘월드컵을 계기로 동물보호에도 관심을 갖자’는 주제로 기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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