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6시 미얀마 수도 양곤의 마하시 수도원. 자주색 가사를 입고발우(그릇)를 품은 스님 70여명이 수도원 앞길로 총총히 모여들었다.우기에 접어들어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맨발의 스님들은 긴 행렬을 이루며 수도원을 나섰다. 한국, 중국 등에서는 이미 사라진 탁발(托鉢)을 하기 위해서였다. 스님들은 1시간 반 가량 인근 동네의 일곱 집을 돌며 보시받은 음식으로 사시(巳時ㆍ오전 9~11시) 공양을 하고 오후부터는 간단한 음료 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며 수행에 몰두한다.
남방불교의 대표적 나라인 미얀마 불교의 수행 현장을 찾았다.
무소유의 삶을 보여주는 탁발 공양을 하며,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수행법인 위파사나 (‘통찰’이라는 뜻의 팔리어)를 체계화하는 등 초기 불교의 전통을 잘 간직하고 있어 새삼 불교계의 주목을받는 곳이다.
30여명의 스님과 300여명의 일반인이 함께 수행하고 있는 마하시 수도원은 5만개가 넘는 수도원을 가진 미얀마 불교의 대표적 수도원이다. 위파사나 수행법을 체계화해 보급한 마하시 사야도(1904~1982)가 1947년설립한 곳으로 양곤 시내의 본원을 비롯해 미국 영국 태국 등 8개국에 17개 분원을 갖고 있다.
본원 곳곳에서는 방문객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잊은 채 천천히 걷고있는 수행자들을 볼 수 있다. 위파사나의 기초 수련인 경행 (經行) 수행이다. 천천히 발을 내디디면서 ‘발을들어올림’ ‘움직임’ ‘내려놓음’ 등 행동 하나 하나에 이름을 붙이며 스스로의 몸 움직임을 관찰한다.
이곳에서 외국인을 지도하고 있는 우 제티라 스님은 “신체의일거수 일투족을 지각하는 '알아차림'으로써 나를 보는 또 다른 나를 찾는 것”이라며“위파사나는 몸(身)의 움직임에서부터 느낌(受), 마음(心), 생각의 대상(法) 등 사념처(四念處)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통찰해번뇌를 끊고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이라고 말했다.
새벽 3시부터 밤 11시까지 반복되는 경행과 좌선 수행 뿐 아니라 공양시간도 수행의 연속이다. 음식을 먹을 때도 ‘씹음’ ‘삼킴’ 등의 이름을 매기며 관찰하는 것. 이들은 지도스님과의 면담을 통해 매일매일 수행의 진척도를 점검 받게 된다.
위파사나 수행은 화두를 붙잡고 참선하는 한국의 전통적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과는먼 거리에 있지만 석가모니가 궁극의 깨달음을 얻은 방법이라고 전한다. 한국 불교에서는 그동안 금기시돼 왔지만 간화선이 최근 내적 위기를 겪으면서위파사나 수행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 산 와라 수도원장은 “깨달음에 이르는 여러가지 길이 있지만 위파사나 수행이 바로갈 수 있는 길이며 대부분의 수도원이 이 방법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5,500만 가운데 90%가 불교를 믿으며 승려 수가 20만명을 넘을만큼 미얀마는 온 국민이 불교와 함께 숨쉬는 나라다. 대다수의 남성들은 10~15일간 단기 출가를 수시로 하며 수행의 삶에 동참한다. 단기 출가경험이 취직과 결혼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다.
수행자들이 청정한 수행에만 몰두할 수 있는 것도 이런 국민들의 든든한 관심과 후원 덕분이다. 스님한 명에 두 명의 신도가 후원자가 돼 스님들의 생활용품을 제공하며 일상 생활 걱정을 덜어준다.
위파사나 수행은 중생 전체를 제도하는 자비의 보살행을 강조하는 대승 불교의 관점에서 본다면 개인적 깨달음만을 추구하는 수행이 아닐까. 이 의문에 우 산 와라 원장은 “청정한 수행자의 삶이 다른이들에게 평화를 주며 그들의 삶을 이끌 수 있다”고 답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