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3당이 14일 내놓은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안은 부실(징후)기업의 구조조정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특히 주채권은행으로 하여금 모든 금융기관을 채권금융기관 협의회에 강제 가입하게 하고, 채권행사도 일정기간 못하게 하는 등 강력한 법적 강제력을 부여, 협의회 밖에서 자기채권 회수에만 급급하는 일부 금융기관의 ‘무임승차(Free-rider)’를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한 점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 등 부실기업 정상화를 위한 자금지원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은행과 투신 등 제2금융기관과의 마찰이 앞으로는 상당히 줄어들어 기업구조조정이 급류를 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채권금융기관의 채권행사를 상당기간 유예시킨 것은 부실위험을 가중시키고,채권행사의 유예가 사법부의 결정이 아닌 채권금융기관 협의회의 소집통보로 이뤄지도록 해 위헌 및 재산권 침해시비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기업구조조정의 ‘신속처리절차법’
이 법안이 7월부터 발효되면 모든 채권금융기관이 채권금융기관 협의회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므로 채권단간 갈등으로 막혀있던 기업구조조정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채권 은행이 거래 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해 부실징후 기업을선정,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클 경우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를 구성, 처리방법을 신속하게 결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협의회에는 원칙적으로 모든 채권금융기관의참여가 의무화하고, 협의회 발족에 찬성하고도 결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금융기관에 대해선 손해배상 등 ‘재갈’을 물리운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지금까지는 1998년 6월 만들어진 기업구조조정협약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됐지만,부실기업 처리를 놓고 금융기관간의 이견이 많아 구조조정이 장기간 표류해 왔다.
예컨대 현대건설의 출자전환과 관련해 최근 우여곡절끝에은행들의 출자전환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일부 종금사와 보험사들이 이를 거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일부 금융기관이 채권금융기관 협의회에 참여를 거부하고, 채무재조정에도 반대할 경우 시가로 채권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지만,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게 됐다.
■관치 금융심화ㆍ재산권 침해논란 소지
기업구조조정특별법은 대부분 정부가 대주주인 주채권은행의 권한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시장자율의 금융구조조정 방침과는 달리 관치금융을 오히려 심화시키고, 재산권 침해에 따른 위헌논란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소집통보되는 즉시 채권 행사를 한달간 유예시키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는데다, 구조조정기업에 신규자금지원시 채권금융기관에만 우선 변제권을 부여, 물품대금 등으로 채권을 갖고 있는상거래 채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의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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