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 순수함과 거짓말“디즈니는 기업이 아니라 전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왕국이다.”
디즈니의 전직 간부 마이클 오비츠가 한 말이다. 그만큼 디즈니는 강력하다. ABC방송을비롯해 수많은 TV와 유선 방송국, 5개의 영화제작사, 466개의 직영매장, 멀티미디어 회사, 2개 출판사를 거느린 거대 미디어그룹 디즈니.
미키마우스이후 ‘알라딘’ ‘라이언 킹’ ‘미녀와 야수’ 등 90년대 작품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얼마나 위력적인가. 전 세계가 그것을 즐긴다. 그리고 모르는 새 디즈니가 유포하는가르침에 길들여지고 있다!
미국의 비판적 교육학자 헨리 지루(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육대학 석좌교수)는 멋져보이는 디즈니 왕국의 실체에 의문을 던진다.
디즈니가 제공하는 쾌락을 의심스런 눈으로 따져본다. 미국의 이상과 순수한 동심을 대변한다는, ‘꿈을파는 기업’ 디즈니가 제시하는 유토피아는 혹시 속임수가 아닐까, 순수를 가장한 거짓말은 아닐까라고.
이 책은 크게 세 가지를 다루고 있다. 디즈니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거기엔 어떤위험에 숨어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가이다.
지은이는 ‘즐거움ㆍ깨끗함ㆍ순수함이라는명목으로 기업의 야심을 신비화하는 디즈니의 문화정치’를 비판한다.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영화뿐 아니라 디즈니가세운 학교와 마을, 디즈니의 직원 교육 방식까지 두루 뒤집고 파헤친다.
디즈니 영화에서 백인 우월주의, 성차별, 식민주의적인 메시지를 읽고 디즈니랜드의즐거움이 미국 백인 중산층의 보수적 가치를 옹호하며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항생제임을 폭로한다.
디즈니가 그저 오락만 파는 게 아니고 교육ㆍ문화ㆍ정치에 깊이 침투하고 있음을밝혀 대중으로 하여금 ‘디즈니 몽상가’가 아닌 비판적 소비자가 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의 목적은 단순히 디즈니를 공격하는 데 있지 않다. 대중문화의 힘이 위세를떨치고 거대 기업의 영향력이 시장을 넘어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오늘의 상황에서 그에 대한 비판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디즈니가원하는 것을 모른 채 수동적으로 디즈니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디즈니가 어린이들의 정신적 ‘학교’ 노릇을 하고 있기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성기완(우송대 영어과 교수)옮김.
헨리지루 지음, 아침이슬 발행
사진
디즈니 만화영화 ‘알라딘’. 백인우월주의 시선으로 이슬람 문화를 왜곡했다는비판을 듣는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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