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의 비난은 아마 시나리오 단계에서 이미 제작진끼리 수 백번도 더 얘기했을 것이다. “볼거리에만 치중했다, 전편에서의 모래 바람이 거대한물보라로 바뀌었을 뿐이다,개와 소의 교배종 같은 괴물군단이 이미 ‘스타쉽 트루퍼스’ 같은 SF 영화에서 보았던 충격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재미있으면 그만이지뭐.”
여름이나 겨울용 블록버스터의 특성은 어떤 미학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일정한수의 관객은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양’일 뿐이다.
100만명이나, 200만명이냐의 차이일뿐이다. 5월 4일 개봉, 6월 10일까지 미국에서 1억 8,800만 달러를 벌었고, 프랑스에서도 2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미이라2(Mummy Returns)’는 아예 평론가 ‘따위’는 신경도 쓰지않겠다는 입장을 표방한 영화이다.
CG(컴퓨터 그래픽)를 쓰고 싶은 데서 마음대로 쓰고, 전편에 대한 패러디가 넘치고,전편과 비슷한 구도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달라진 게 있다면 ‘장르 구분’이 더욱 어려워졌다. 어드벤처, 코믹, 액션, SF, 오컬트, 멜로 가 모두 들어있다. 좋게 말하면 퓨전, 솔직히 말하면 잡탕이다.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비록 전편에 흠뻑 취한 사람이라도 ‘미이라2’는 후회하지 않을 만한 구석이 많다.
오코넬(브렌든프레이저)과 에블린(레이첼 와이즈)은 전편의 긴 키스신에 화답하듯 부부가 되어 해박한 고고학 지식을 가진 8세 아들을 두고 있다.
이모텝과 오코넬의대결은 커플 대결구도로 변해 이모텝의 여인인 아낙수나문이 아군으로 가세했다. 새로운 강자가 나오는데, 이집트시대 ‘죽음의신’ 아누비스의 군대를 이끌고 세계를 정복했던 스콜피온 킹이다.
이모텝-아낙수나문이 그를 깨워세계를 정복하려 하고, 스콜피언 킹을 깨울 팔찌를 차게 된 아들이 유괴되고, 아들을 되찾기 위해 부부는 먼 여행길에 오른다.
영화는 전편을 패러디함으로써 끊임없이 웃기기로 작정한다. 적과 한바탕 싸우고나서, 그리고 적이 아직 추적하고 있는데도 시도 때도 없이 키스를 나누는 부모를 보고 꼬마는 투덜거린다.
“어휴, 또 시작이야.” 한바탕 싸움 뒤 어김없이 진한 키스 장면이 나오는할리우드 영화의 관습을 조롱하는 것이다.
영화 말미, 천길 낭떠러지에 매달린 오코넬을 위해 아내는 목숨을 걸고 남편을 구하지만, 이모텝의 간절한눈빛을 외면하고 줄행랑을 치는 아낙 수나문의 모습에서는 폭소가 터진다.
레이첼이 전생에서 아낙 수나문이 살해한 왕의 딸이었으며, 둘은 전생과 마찬가지로이승에서도 한차례 전투를 치르게 되며, 오코넬은 ‘숙명적’으로 레이첼의 보호자라는 설정 등 전편과 억지로 이어 붙이려 한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피그미족 같은 미이라와의 사투, 전편 모래 바람에 이어 이모텝의 형상을 한 거대한 물보라의 추적 등 볼거리와 유머가만발한 이 영화를 보면서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는 데 시간을 보내는 관객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