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독일 다임러벤츠사와 합병한 미국 크라이슬러사가 1970~80년대 지옥과 천당을 오갔던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경영부실로사실상 사망 판정을 받고도 의회의 전폭적 지원결정과 리 아이아코카라는 불세출의 ‘선장’을만나 불과 3년 여 만에 빚더미에서 다시 일어서게 되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다.
아이아코카 회장이 회사의 재기를 대내외에선포하는 이벤트로서, 은행에 갚는 빚 ‘8억 달러’가찍힌 대형 모조 수표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던 게 1983년 7월이다.
■바로 그 해 한국에서는 대우-제너럴모터스(GM)합작에 의한 ‘대우자동차’가 탄생했다. 전신(前身)인 새한자동차로 맺어진 양측의 동거가본격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둘 사이는 92년 합작관계를 청산할 때까지 내내 불화와 갈등의 연속이었다. 환란 후 재결합 기회가 있었으나 역시 무산됐다.
자금위기에 몰린 대우가 지분참여를 요청하며 보낸 긴급 구조신호를 제너럴모터스는 뜸 들이기로 일관했고, 대우는 기다리다가 쓰러졌다.
■“희망을 걸었던 ‘르망(승용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우차 고위간부가 지난해 퇴직하면서 대우의 몰락원인을 지적한 고별사 중에 이 대목은 다름아닌 제너럴모터스에 대한 ‘유감’의표현이다.
80년대 르망의 해외수출과 관련한 모종의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이런저런 연유에서인지 작년 대우차 노조가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수희망업체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제너럴모터스는 하위로 밀렸다.
■지난 주부터 홍콩에서 ‘베일’ 속에 진행돼 온 채권단과 제너럴모터스간의대우차 매각협상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모양이다.
양측의 철저한 함구로 협상의 기본윤곽마저 캄캄한 오리무중이다. 그럴수록크라이슬러를 비롯한 해외 유수 기업들의 과거 회생 사례들이 우러러 보인다.
대우차와 제너럴모터스의 지난 인연이 끈질기다 할까 모질다 할까, 아무튼썩 좋은 ‘궁합’은 아니어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송태권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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