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7일의 한러 공동성명 가운데 ‘탄토탄요격미사일(ABM)조약 보존ㆍ강화’ 부분이 들어간 것과 관련, 청와대 민정수석실 주도로 2차례 경위조사를 벌인 결과 외교부 실무자들의 업무능력 미숙과 태만, 복무기강 해이, 간부들의 점검 미비 등 총체적 잘못이 있었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정부는 그러나 관련자 문책 등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조사를 마무리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13일 본보가 단독입수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한시 한러 공동성명 관련사항 조사 보고’ 문건에서 밝혀졌다. 보고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ABM 파문 이 일자 외교부로부터 제출 받은 경위서와 외교부 감사관실에 지시해 이뤄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달 초 작성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조지 W 부시미 대통령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국가미사일방어(NMD) 계획 추진을 위해 ABM 조약을 적극적으로 수정ㆍ폐기하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클린턴행정부가 동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등 안이하게 대응했다.
보고서는 또 “러시아가 미국의 NMD 계획에 반대하기 위해 ABM 조약유지에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우리가) ABM의 유지ㆍ강화를 언급한 것은 외교적 미숙을 드러낸 것”이라며 “미러간 문제인 ABM 문제를 한러간 공동성명에서 언급하면서 러일간 공동성명 문안을 안이하게 모방한 것은 외교적 감각을 결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외교부가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문제점을 지적한 보도를 했음에도 이를 인정하기 보다는 파문에 책임이 있는 외교정책실에서 만든 해명 자료를 토대로 부정확한 사실만을 강조, 여론을 오도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특히 당시 청와대 지시로 관련 간부 및 실무자들이 경위서를 제출했으나 경위서 역시 사실을 제대로 적시하지 않은 채책임을 언론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관련자들에 대해 경중에 따라징계, 경고, 주의처분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외교부는 13일 현재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3월7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ABM 파문이 일자 미국은 우리 정부에 해명을 요구하는 등 강한 불만을 전달해 왔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방미기간 중 워싱턴에서 경위를 해명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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