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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세계사회 빛, 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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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세계사회 빛, 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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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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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배와 노예무역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던제국주의시대가 끝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세계의 국가간 관계는 패권주의가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선진국들에 대한 후진국들의 경제적 의존은수정될 전망이 보이지 않고, 정치ㆍ군사적 종속관계도 변화되지 않고 있다.

참혹한 인권유린이 자행되었던 1차대전과 2차대전을 겪은 후, 세계 여러나라는 이런 종속관계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제연맹과 이것이 발전한 유엔을 만들었으며 그것은 인류 진보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런국제기구에서도 주요 선진국들은 여전히 맹주 노릇을 하며 인권마저도 패권주의의 메커니즘 안에 가두고 있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신자유주의의 물결과 함께 소위 수정주의 역사관이 선진국들 사이에 대두되면서, 지나간 제국주의를 미화하는 새로운 보수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한패권주의 국가체제에 도전하며 ‘세계사회’를 만들어가는 시민단체(NGO)들의 움직임은 하나의 빛이 아닐 수 없다.

이 시민사회의 도전은 패권주의국가들에 의해 종종 분쇄되지만, 그래도 인류진보의 움직일 수 없는 징후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의 현실은 참담하지만 한 걸음씩 진보하는 것은 그자체로서 감격스러운 희망이다.

장황한 세계사회에 대한 변(辯)은,지난 주 필자가 경험한 국제노동기구(ILO)에서의 감격을 말하고 싶어 꺼낸 것이다.

세계는 2차대전시 유대인의 인종대학살의 악몽을 벗어나기 위해유엔을 세웠다고 했으나, 같은 시기에 일본이 노동과 성의 착취를 위해 식민지 조선에서 저지른 강제연행이 더욱 큰 범죄라는 사실은 수 년 전에야깨닫게 되었다.

이미 유엔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인권위원회와 인권소위원회에서 일본정부에게 강력한 배상과 처벌을 권고하는 중요한 보고서를 채택했는데이것은 그러한 악몽의 재발을 막으려는 세계 시민단체들의 작품이었다.

이 문제는 이미 1996년 ILO기준적용 전문가위원회에서 ILO의 29호 조약인 강제노동조약의 위반이라는 법적 판단을 내렸으며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점차 강력한 권고를 내렸다.

주로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이러한 결실이, 올해 6월 열린 ILO 노동자 회의에서 일보 더 전진했다.

세계의 여러조약 위반 케이스 중 가장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20여개의 사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와 노동조합의 집요한 반대로비를 물리치고 이 문제를주요사안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포르투갈 미국 영국 등 서구 선진국 노조 대표자들은, 일본정부와 노조가ILO의 주요 재정 담당자라고 하여 조약 위반에 면죄부를 줄 수 없다고 역설하면서, 그간의 일본정부와 노조의 로비활동을 폭로했다.

최근 몇 년간이 문제가 주요사안에 포함되지 못했던 것이 일본의 위상 때문이었다는 것도 인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얼마전 최종단계에서 일본 사용자 단체의강력한 반대와 대부분 국가들의 사용자 및 정부의 무비판적 동조 때문에 결국에는 탈락하고 말았다.

이번 ILO 기준적용위원회는 일본의강제연행문제에 대한 정부ㆍ사용자 대 노동자의 긴장된 대결장이었다. 비록 결과는 실패였지만 감격과 희망의 과정이었다. 세계 시민사회는 또 한걸음진보한 것이다.

패권주의 국가체제와 그에 도전하는세계 시민사회. 한 국가 내에서, 또 국가간에 해결하기 힘든 인권문제가 이 세계 시민사회의 장으로 이동해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각국의 시민운동들은이 장에서 힘을 얻으면서, 한편 자신의 윤리성과 정의를 스스로 검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많은 작은 국가들은, 중심 선진국의 패권주의의주변에서 기웃거리기 보다, 이 세계 시민사회의 움직임을 적절히 지원하고 활용해보는 것이 어떨까.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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