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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대해부 / (3)개혁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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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대해부 / (3)개혁의 목소리

입력
2001.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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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의 국제축구연맹(FIFA)본부는 외형적으로는 전원의 별장 같은 소박함이 돋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폐쇄성이라는 높은 장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지하 1층 지상 4층의 FIFA본부는 최신식 보안장비로 보호막을 치고 있다.경비원은 없지만 외부인은 건물 위층으로 절대 올라갈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엘리베이터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사용할 수 있고 위층으로 통하는 계단으로도 ID카드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출입통제가 물샐 틈 없이 엄격하다는 점은 FIFA의 폐쇄성을 보여주는 작은 일면에 불과하다.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는 FIFA는 종종 ‘마피아집단’에 비유된다. 의사결정기구로 총회와 집행위원회가 있지만 FIFA가 회장중심의 1인 과두형의 조직이고, 재정의 불투명성에대한 잡음이 꾸준히 도마에 오르는 탓이다.

1974년 브라질의 후앙 아벨란제회장 집권 이후 FIFA에는 비밀주의가 싹트기 시작됐다. FIFA의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대하면서 자금의 출처와 쓰임에 대한 비공개 원칙이 뿌리내렸다.스웨덴의 레나르트 요한손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정몽준 FIFA 부회장을 비롯한 소위 개혁파는 “TV중계권과 마케팅계약은 밀실에서 극소수 관계자에 의해 이뤄진다”며 FIFA의 돈줄에 대한 투명성 결여를 꾸준히 비판해왔다.

아벨란제 전회장은 재임중 공식적으로는 FIFA로부터 봉급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가 전세계에 뿌린 돈은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전세계 축구의 상향평준화라는 명목으로 거금이 들어갔지만 이는 곧 회장의 권력강화로 연결됐다.

‘전세계 국가원수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는 FIFA 회장의 권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1년에150일 이상 해외출장을 다닌다는 조셉 S 블래터 회장은 각국에서 국가원수급 대접을 받는다. 영국의 유명한 사건 취재기자 데이비드 옐롭은 “태양왕 루이 14세가 자신을 ‘국가’라고 했다면 아벨란제 전 회장은 ‘자신이 곧 세계’라고 여긴 사람”이라고 술회했다.

“그 누구의 시간도 FIFA회장의 시간보다 소중할 수는 없다”는 한 FIFA 직원의 말에서는 사무국 직원들이 회장을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키스 쿠퍼 FIFA홍보국장은“모로코 국왕이 아벨란제 전 회장과의 약속시간에 2시간 늦지만 않았어도 모로코와 프랑스가 경합하던 98년 월드컵개최지의 향방이 쉽게 가려지지 않았을것”이라고 말했다.

FIFA 회장의 눈밖에 나는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FIFA 직원들도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ISL(전 FIFA 마케팅대행사),바이롬(숙박대행사) 등으로부터 선물과 편의를 제공받고 있다. FIFA 사무총장 보좌관 존 도비큰(노르웨이)씨는 “FIFA 관계회사들이 앞다투어 FIFA 직원들을 영접하려 한다”며 “일부 직원들은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FIFA는 최근 ISL의 파산과 클럽선수권대회연기 등으로 권위에 손상을 입었다. 블래터 회장에 대한 문책론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투명성 보장과 회장의 전횡방지 등 FIFA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FIFA는 폐쇄적인 축구 독점기업이다. 언젠가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전 FIFA 홍보국장 귀도 토그노니(이탈리아)의 말이 허언(虛言)만은 아닌 것 같다.

김정호·이준택기자

nagne@hk.co.kr

■FIFA 높은 취재문턱

FIFA는 취재의 벽이 높기로 유명하다.FIFA 직원들은 FIFA의 개혁과 투명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였다. “그런 질문은 FIFA의 권위와 명예를 손상시키는것으로 절대 답할 수 없다”며 매우 불쾌해 했다. FIFA의 입인 키스 쿠퍼 홍보국장도 ISL 파산, 비밀계좌 등과 관련한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는한 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FIFA는 직원들의 언론접촉을 철저히차단하고 있다. 회장에서부터 안내여직원에 이르기까지 보안의식이 투철하다. FIFA 안내데스크에서 근무한 지 1년이 된 스위스인 취스트 우르지나(29ㆍ여)씨는홍보국의 허가 없이는 취재에 일체 협조할 수 없다며 사진촬영을 거부하기도 했다. FIFA 2002월드컵 이벤트매니저 다니엘 루프씨도 인터뷰 시간을잡았다가 FIFA 홍보국의 저지로 약속을 취소했다. FIFA는 실제로 언론과 개인적인 접촉을 하는 직원에 대해 중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IFA회장을 ‘알현’하기 위해서는상상을 초월하는 인내력을 필요로 한다. FIFA를 연구하는 영국의 학자 존 수전씨는 “아벨란제 전 FIFA회장과의 단독인터뷰는 약속한 지 2년이지난 뒤에야 이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서관도 비밀주의

존넨베르크(FIFA 본부건물) 3층에는축구를 연구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FIFA 도서관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FIFA 직원들조차 도서관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약 20여평이채 안되는 규모는 도서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좁고 소장도서 역시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장도서는 1,000권에도 못 미쳐 거의 개인서재에불과한 수준이다.

그나마 보고서와 팸플릿이 상당수여서 소장가치가 있는 책들은 많지 않다. 8개의 책꽂이 중 4곳은 텅 비어 있다.

자료센터의 사서 실바나 사비니(39)씨는“아직 새 건물로 옮긴 뒤 자료정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FIFA사업과 관련된 자료들은 일반인의 열람이 제한되어 있다”고 말했다.

서가 앞 테이블에는 3대의 컴퓨터가놓여 있지만 연구자들을 위한 용도는 아니다. FIFA에서 일하고 있는 10명의 아르바이트생들이 FIFA의 경기자료 입력을 위해 이용하는 컴퓨터이다.사비니씨는 기자에게 ‘FIFA도서관을 이용한 첫 외부인’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FIFA의 100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엔 너무나 초라해 보이는도서관. 그 도서관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곳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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