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따가운 여론에 밀려 이틀만에 다시 하늘길을 열었다. 노조는 12일 파업에 돌입한 이후 서울 중앙대에서 농성을 벌이며 회사측을 압박하면서도 '고임금 노조가 가뭄 와중에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또 정부가 주동자들에 대해 사전구속영장까지 발부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서고 일부 노조원들이 13일 오후부터 파업대열에서 이탈하면서 파업 종결쪽으로 분위기가 급선회했다.
▼연대파업 힘 잃을 듯
선봉대 역할을 해 온 대한항공 노조가 파업을 철회함에 따라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은 급속히 힘을 잃을것으로 보인다.양대 항공사와 함께 연대파업을 주도해 온 주요 병원 노조들도 속속 협상을 타결짓고 있어 민주노총의 '하투'는 '2일 천하'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
국민적인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노동계 내부에서도 '가시적인 효과는 거둔 만큼 파업을 정리하자'는 분위기까지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업무에 복귀함에 따라 이 같은 분위기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노동전문가들은 14일부터 양대 항공사와 함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병원노조들도 대다수가 업무에 복귀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13일에도 동국대병원,의정부·강남·여의도성모병원등 대형병원들이 사측과 협상을 매듭짓고 진료를 재개했다. 노동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내에서도 파업 지속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14일 연대파업을 종결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씨는 남을 듯
그러나 연대파업의 불씨가 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이번 연대파업은 민주노총이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서도 단위노조의 파업을 '인공적으로 연대파업이란 이름으로 묶어낸 성격이 짙다. 때문에 각 노조들은 민주노총의 지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고,이해관계에 따라 파업 돌입 및 지속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전체적인 연대파업 분위기는 사그라들고 있지만 일부 노조들은 산발적으로 파업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경우 경제전반과 국민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양준 기자
■勞 '외국인조종사 감축'성과
사상 최장인 40시간의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으로 노ㆍ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무엇일까.
중앙노동위원회의 ‘불법파업’ 판정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강행했던 노조측은 자신들에 비해 임금이 높고 대우가 좋아 상대적으로 위화감을 느꼈던 외국인조종사고용을 줄이기로 한 것이 최대의 수확이다.
회사측은 올 12월31일까지 외국인조종사 고용을 동결하고 연차적으로 계약직인 이들의 수를 줄여2007년 말까지는 현재의 25~30%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 경우 현재 236명인 외국인조종사가 60~70명 선으로 줄어들고 나머지를 내국인조종사들이 차지하게 된다.
조종사들의 비행기록을 조사, 재고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운항규정심의위원회의를 노사동수로구성하고 가부 동수가 나올 경우 부결로 한다는 대목도 노조측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반면 위원장을 회사측의 운항본부장이 맡고 가부동수로 부결될경우 최종 결정권자를 사장이 맡기로 한 것은 회사측의 입장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파업을 계기로 불법파업 시 노조에 대한 민사상 손해 배상과 노조원들의 책임을묻도록 한 것은 회사측이 얻은 소득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 파업으로 400억원에 달하는 직접적인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시민을 볼모로 명분 없는파업을 벌였다는 비난과 회사이미지 및 대외신인도 추락은 노사 양측의 최대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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