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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소녀' 영자 머리깎고 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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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소녀' 영자 머리깎고 山으로

입력
2001.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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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너무 무서워요.” 산골소녀 영자(19)양이 다시 속세를 떠나 산으로갔다.지난 2월9일 아버지(52)가 강도에게 살해된 후 강원 삼척경찰서의 여형사 집에 기거하며 경찰의 보호를 받아왔던 영자양이 4월10일께 머리를 깎고 삼척시 관내의 한 사찰에 들어갔다. 평소 팔에 염주를 끼고 살았던 영자양은 주위 사람에게 “절에 들어가고 싶다”고 자주 말했으며 또 여러 절에서 오라는 애기가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자양은 현재 삭발을하고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비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며 “영자의 사생활 보호와 친척의 요청에 따라 어느 사찰로 갔는지는 밝힐 수 없다” 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영자양이 가끔씩 삼척시내에 나오는 등 속세와의 연을 완전히 끊지는 않아 앞으로 수도생활을 계속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커 스님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위에서는 “영자양이 경기 구리시의 후원자 집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등 도회생활에 적응하려 애썼지만 후원자의 배신과 핍박, 아버지의 죽음 등을 겪으며 ‘무서운 세상’을 실감, 홍진(紅塵)을 털어버릴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모 방송국의 TV 프로그램 ‘그산속에 영자가 살고 있다’에 아버지와 함께 출연해 산속생활의 서정과 순수를 전하면서 도회인을 감동시켰던 영자양은 이후 CF에 출연하면서 도회지로 삶의 무대를 옮기는 등 짧은 기간동안 인생의 항로가 180도 달라졌다.

그러나 삼척시 신기면의 인적 없는 산골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살며 산채를 뜯고 닭과 토끼에게 먹이를 주며 벌통에 꿀이 모아지기를 기도했던 영자양의 순수함은 사회에 나오자마자 송두리째 짓밟혔다.

아버지와 함께 책을 읽으며 글을 썼던 영자양은 CF출연 이후 검정고시학원에 다니기 위해 상경, 구리시의 김모(59)씨 집에 기거했다. 영자양의 후원회장을 자처했던 김씨는 영자양의 광고출연료 등 600만원을 가로채고 육체적으로도 핍박했다. 영자양은 또 아버지 상을 치르는와중에 친척으로부터도 육체적 핍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자양의 고향마을 사람들은 “영자양이 부처님의 가호 아래 부디 순박하고 맑은 영혼을 회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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