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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열 칼럼] 金교수의 '세계제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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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열 칼럼] 金교수의 '세계제일'론

입력
2001.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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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할 것 없는 나라 - 세계제일은 가을하늘’ 이라는 표지 제목이 있었다. 1964년의 일이다.우리나라에 타블로이드 주간지 시대를 연 ‘주간한국’의 창간호는 가을하늘 흑백사진 한 장을 표지로 하고, ‘세계제일’의 시대적 염원을 그 하늘에 크게 매달았다. 60년대적인 빈곤감, 또는 자조적인 분위기가 그 제목의 배경이라면 배경이다.

그로부터 40년 가까이 지나, 가을하늘 밖에 자랑할 것이 없던 시대와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어지간히도 ‘없다’던 가난과 자기비하가 곳곳에서 극복되는가 하면, 하루 걸러 오존경보를 발령해야 하는 ‘하늘’은 이제는 자랑할 대상이 조금도 못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 그 변화의 한 단면이다.

한국의 학교정보화가 시설로는 가장 앞섰다는 최신의 통계도, 그 활용도나 내용은 별개로, 기분좋은 ‘세계제일’이다.

그러나 그 한편에서 고교생 흡연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거나,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어 대학에서도 ‘철학’이 퇴출되고 있다는, 이른바 인문학의 위기 상황 같은 것은 부끄럽고 한심하기 짝없는 부정적 현실이다.

정말로 큰 일난 ‘세계제일’이 있다. 우리나라 산모들의 제왕절개율이다.

지난 99년 하반기 6개월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비지출 통계에 잡힌 아기 출산은 전국에서 모두 16만1,360건이었는데, 그 중 6만9,421건이 제왕절개술로 출산한 경우였다.

무려 43%의 제왕절개율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ㆍ권장하는 10% 수준에 비교하면 4배가 넘고, 세계에서 ‘배째기’ 출산이 가장 성행한다는 미국(20%) 보다도 2배 이상이다.

고통을 덜려고, 순산하려고, 산모의 몸매를 생각해서, 또는 날짜를 맞추려고 등, 온갖 이유와 핑계가 없지 않지만, 의료보수를 올리려는 과잉진료의 몫 또한 크다는 점이 문제다.

그러나 그 모든 이유와 핑계와 문제를 뛰어넘는 ‘큰 일’이 남는다. 아기들이 처음 세상에 나오면서 부터 마취약이라는 ‘독약’에 취해서 태어난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자연’을 거스른 데서 받는 신생아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라는 실험결과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김수용교수(48ㆍ물리학)는 ‘세계제일’의 제왕절개율과 그 폐해에 대해 몸이 달아있는 별난 과학자다.

그는 물리학적인 기초와 방법으로 인간의 ‘뇌’에 접근하다가 제왕절개로 태어나는 신생아의 아픔과 피해에 주목게 되었다.

비교실험결과 제왕절개로 태어난 직후의 아기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에 비해 뇌 기능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한국의 전통 태교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러기 위해 한문과 한의학에도 관심을 넓혔다. 한국에 오래 전부터 있어온 전통적인 가치와 방법을 재발견함으로써 ‘세계제일’의 학문적인 성과만이 아니라 수출품으로도 가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그는 말한다.

“김치가 세계로 수출되듯이 전통태교를 응용한 독창적인 케어 프로그램은 그것을 운용할 여성 인력자원과 함께 서구의 병원들을 위한 고급 수출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부터 두 달동안 그는 전통태교 아카데미를 KAIST에서 열었다. 제2기 과정은 7월중 서울에서 개설한다. 주요교재의 하나가 사주당 이씨(師朱堂 李氏)의 ‘태교신기(胎敎新記)’다.

세계 학술지에 부지런히 논문을 보내는 한편 전통태교의 전도사로 나서서 직접 한국의 가임여성등을 가르치려는 까닭에 대해 그는 “배운 사람으로서의 안타까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부에 대해서도 그는 반도체나 바이오, 나노 테크닉에 투자하듯이 우리의 전통 가치에 먼저 관심을 보이라고 촉구한다.

세상이 온통 왕가뭄과 파업대란의 한가운데서 허덕이는 중에, 우리에게 진정한 ‘세계제일’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6.15 한돌이 내일 모레다.

칼럼니스트 assisi60@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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