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나 할머니로부터 “그때는 왜 그렇게 고구마밥 먹기가 싫었는지…” 하는 말을 들어본 어린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30여년 전만 해도 우리 먹거리는 넉넉하지 못했다. 보릿고개를 넘어야 할 때면 하루 한 끼는 고구마로 때울 때가 많았고, 나머지 두 끼도 조밥아니면 고구마를 섞은 밥을 먹어야 했다.
6월은 고구마를 심는 철이다. 6월에 심은 고구마로 쌀과 보리가 모자라는 한 철을 넘겨야 했다.
도서출판 보리가 펴낸 ‘고구마는 맛있어’ 는 어린이들에게 우리 ‘들살림’ 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들살림’ 시리즈는 우리 삶의 기본인 우리 먹거리, 무엇보다소중하지만 넘쳐나는 수입농산물과 패스트푸드의 범람에 갈수록 그 소중함이 잊혀져 가는 토착 농산물이 어떻게 자라고 수확되는가를 보여주려는 의도로만들어졌다.
진이네는 해마다 고구마를 심는다.할머니는 퉁가리에서 겨우내 갈무리해 두었던 고구마를 모두 꺼내놓고 손질한다.
조금 썩은 것은 도려내고 삶아 먹고, 많이 썩은 것은 쇠죽을 끓이고,너무 썩은 것은 거름으로 쓴다. 잘 생긴 고구마는 따로 모아 가마니에 놓고 촉촉하게 물을 뿌려준다.
자줏빛 어린 싹이 뾰족하게 올라오면식구들은 밭에 나가 고구마순을 묻어준다. 고구마 밑이 들기 시작하면 진이는 할머니 몰래 고구마를 후벼 먹기도 한다.
들에 사는 굼벵이나 들쥐도고구마를 캐먹는다. 무서리가 내리면 호미로 정성스럽게 고구마를 캐내 광에 넣어둔다. 겨우내 구워먹고 밥에 얹어서도 먹고, 엿도 고아먹을 것이다.
‘고구마는 맛있어’ 는 고구마 들살림의 과정을 실제 취재를 통해아름다운 우리말과 세밀화로 자세하게 보여준다.
생명체들이 저마다 알맞은 삶터에서 둥지를 틀고 자라는 이치. 그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조화로운 삶을영위한 우리 전래의 생활이 수수한 아름다움으로 드러난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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