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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인사이드 / 식품업계 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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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인사이드 / 식품업계 CMO

입력
2001.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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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준비로 어수선한 저녁 7시.㈜두산 주류BG 최형호(崔炯浩ㆍ39) 마케팅담당상무는 비로소 ‘출근’을 서두른다.

본부(사무실)에서 야전(野戰)으로 출동하는‘현장 근무’시간이다. 올 초 신제품 ‘산’소주를 내놓은 뒤부터는 횟집ㆍ삼겹살집부터 단란주점에다 주택가의 구멍가게까지 하룻밤 평균 3~4 곳을 훑으며 소주의 판매추이와 소비동향을 파악한다.

손님을 가장해 매장을 순회하다 보면 어떨 땐 한 밤중에 서너 끼를 먹는 날도 있다. “하루하루가 숨가쁜 전쟁이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읽지 못한다면, 그 속에서 하나의 ‘메가트렌드’를 잡아내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브랜드의 라이프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요즘, 마케팅의 경쟁력은 곧 회사의 경쟁력이다.

‘꿩 잡는 것이 매’라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기업에 수익을 갖다주는 마케팅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제품의 트렌드가 변화무쌍하고 브랜드 경쟁이 치열한 식품업계는 마케팅의 전쟁터라고 할만하다.

유달리 식품업계에서 ‘야전사령관’인 마케팅 분야 최고책임자 CMO(Chief Marketing Officer)가 뜨는 이유다.

타고난 감각과 공격적인 아이디어로 업계 최연소 CMO 자리에 오른 두산의 최상무가 녹차를 함유한 ‘산’소주 돌풍의 주역이라면 경쟁업체인 진로에는 ‘참이슬’의신화를 창조한 진주영(秦周永ㆍ44) 이사가 있다.

‘출시 후 26개월 만에 20억병 판매달성’, ‘수도권 소주시장 90% 이상 석권’ 등 화려한 전과를 자랑하는 마케팅의 전사다.

당초한국 소주시장의 대표브랜드이자 자사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25도짜리 정통 ‘진로소주’를바꾸자는 그의 제안은 파격이자 모험이었다.

하지만 진 이사는 “몸통을 혁신하지않고서는 새로운 시장은 없다”는 신념으로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내부 의사를 결집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대나무 숯으로 여과한 소주, ‘참이슬’의 신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제품의 소비주기가 훨씬 짧은 과자 분야에서도 CMO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국내제과부문 1위업체인 롯데제과의 김용택(金溶澤ㆍ52) 상무는 ‘히트상품제조기’로 정평이 나 있다.

20년간 사내 연구소에서 근무하다 94년부터 마케팅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전문지식(식품공학박사)과 영업력을 겸비한 ‘지장(智將)’. 수입과자가 밀물처럼 몰려오던 90년대 중반에는 비스킷 명품 ‘제크’와‘칙촉’을 개발해 시장을 방어했고 무설탕껌을 한 단계 발전시킨 ‘제로 껌’, ‘화이트이껌’부터 최근의 ‘자일리톨 껌’까지 새로운 개념의 틈새제품으로 돌풍을 이어 왔다.

제일제당 식품부문 김진수(金晉洙ㆍ50) 부사장은 업계에선 빼놓을 수 없는 베테랑마케터. 78년 삼성그룹 공채 입사 후 제일제당(78~93년)과 미국 SC 존슨 마케팅 매니저, 한국존슨사장을 거쳐 99년 말 제일제당에 역 스카우트돼 화제가 되기도 한 그는 마케팅 실장 시절 대상(‘미원’)과의 조미료 전쟁 패배를 ‘다시다’로역전시킨 주역으로 유명하다.

‘게토레이’로 스포츠 음료시장에서돌풍을 일으켰고 손수 기획한 과일젤리 ‘쁘띠첼’은 국내 디저트시장을 새로 개척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유가공 업계에도 발군의 실력으로 명성을 날리는 CMO들이 많다. 축산학을 전공한 매일유업 양광식(楊光植ㆍ54) 상무는 ‘뼈로 가는 칼슘우유’로 국내 기능성 우유시장을 개척한 선구자.

조제분유의 명품 ‘매일맘마Q’를 비롯해 최근엔 위를 보호하는 기능성 발효유 ‘구트’로 성가를 높이고 있다. 라이벌 업체인 남양유업의 CMO 최두철(崔斗喆ㆍ51) 상무는 초등학교 이하의 유아들을 타깃으로 한 ‘아인슈타인 베이비’를 비롯해 미과즙 음료 ‘니어워터’, 신체조절음료 ‘밸런스 3’등을 히트시킨 주역으로 유명하다.

최근엔 엽기문화에 익숙한 신세대를 타깃으로 ‘프렌치카페-악마의 유혹’을출시, 선풍을 일으켰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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