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의 요코하마(橫浜)는 평소 같으면 프로야구 베이스타스 홈구장인 요코하마스타디움이북적거렸을 것이다.그러나 이날 만큼은 신요코하마역으로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일본축구대표팀 서포터스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프랑스와 일본의2001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이 열린 요코하마종합경기장 주변은 오후 3시께 이미 축구팬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7만명 수용 경기장에는 암표상까지등장할 정도로 일본국민의 관심은 온통 이 경기에 쏠려 있었다.
2002년 월드컵에 앞서 한국과 일본이 사상 처음으로 공동 개최한 컨페더레이션스컵은일본의 잔치로 막을 내렸다.
일본선수들의 결의에 찬 모습이 대형스크린을 채우고, “니폰(일본), 니폰”을 외치는 응원이 폭죽처럼 터져나올 때 한국축구는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됐음을 느꼈다.
로저 르메르 프랑스감독이 “이번 대회는 주최국으로 결승까지 올라온 일본의 독무대였다. 이곳에서 일본과 다시 월드컵결승전을 벌이고 싶다”고 한 말이 결코빈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아마 전세계의 축구팬들은 한국이 일본과 공동개최국이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을 것이다.
이번 대회는 월드컵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성적임을 일깨워주었다. 일본축구가그것을 여실히 입증했다. 막연히 ‘16강에 진출하겠지’라는생각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4강진출을 자신하던 히딩크 감독과 한국축구가 그런 자세로 대회에 출전했다고는 믿지 않는다.하지만 공동개최의 한 축인 일본이 국민적 축제로 대회를 마무리 지을 때 그 것을 지켜보아야 했던 우리 국민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2002년 월드컵에서또 다시 이런 허탈감을 맛보지 않기 위해선 남은 1년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이 남긴 교훈은 패자의 서글픔이었다.
이범구 체육부 기자 lbk121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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