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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JP와 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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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JP와 명당

입력
2001.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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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를 과학으로만 설명할 수 없지만, 조상의 묘를 잘 써야 후손이 잘 된다는것은 참으로 비과학적인 발상이다.조선시대라면 모를까, 디지털 세상을 열어 간다는 ‘국민의 정부’ 시대에 여전히 풍수지리설을 믿고 실천하는 사람이 지도층에 있다니 앞뒤가 안 맞아도 영 안 맞는 일이다.

■JP가 명당을 찾아 부모의 묘를 이장했다고 한다. 그가 찾은 묘 터는 예부터풍수 지리학상 왕기(王氣)가 서려있어 명당이라고 소문났다는 곳이다.

그가 고향인 부여에서 예산까지 구태여 먼 길로 부모의 묘를 옮긴 것은 그런명당 터라는 것 말고는 다른 까닭이 없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풍수지리설도 믿을 건 못 되는가 싶다. 명당이 사실이라면 JP가 이런 구설수에 의당오르지 말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뭄으로 민심이 흉흉한 터에 정치 지도자가 왕기나 찾고 있다니…”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후손에게 별로 좋은 일은 아닐 터이다.

■지도층 인사가 풍수지리를 좇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혹세무민(惑世誣民) 이다.모방심리를 자극, 그렇게 따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은 불문가지다.

이런 발상은 또한 은연중 부와 명예의 배타적 세습주의를 만연케 할 우려가 있다. 좋은 묘자리는 자연히 돈과 권세 있는 사람들의 몫이될 것이므로, 그런 집안에서만 대대손손 좋은 후손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인 것이다.

초라한 공원묘원과 이름 모를 산야에 조상을 모신 후손이나,묘터 마저 없는 후손들은 풍수지리로 인해 대대손손 남에게 빌붙어 살아가야 한다면 이거야 말로 불평등이요, 기회의 불균형이다.

■묘터로 인해 땅덩어리가 좁아지고, 땅의 생산성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공원묘원마다 빼곡히 들어찬 봉분을 보면, 우리의 장의문화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실감한다.

그래선지 요즈음 화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있다. 화장을 택하는 지도층 인사들도 한 둘씩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때 JP가 왕기 서린 명당을 찾고 있는 듯이 보였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은못 된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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