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가 모교 칭화대(淸華大)의 경제관리학원 원장직을 17년만에 물러난다는 보도가 주목을 끌었다.총리가 학장급의 직책을 겸직했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중국의 경제발전을 앞장서 이끌어온 주 총리가 중국의 미래를 좌우할 칭화대의 핵심 중 하나였다는 점에선 시사하는 점이 많다.
■1860년 영불연합군이 청 황실의 여름궁전인 웬밍위안(圓明園)을 약탈하고 파괴한 것은 역사상 가장 참혹한 반문명 행위에 속한다.
중국 근대사의 그런 비참한 현장 위에 칭화대가 자리잡고, 반외세 애국운동의 전통을 지켜왔다. 이제 중국은 경제발전이 지상목표이고, 과학기술은 이 목표를 달성하는 동력인 동시에 잣대가 됐다.
칭화대는 과학기술분야에서 크게 공헌했다. 중국 최초의 인공위성과 원폭은 칭화대의 두뇌가 개발했고, 각종 건설도 칭화대 출신들이 주역을 맡고 있다.
■전기공정과를 졸업한 주 총리가 경제관리학원을 책임지고 박사생까지 지도한 것은 공학의 기초 위에 경제학을 접목시켜서 장래 중국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다.
대륙의 지도자로서 그는 기술력만 지닌 사람보다는 창의력있는 인재 양성이 절실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지난 5일 칭화대 종합체육관에서 한 고별강연 주제는 ‘국내외 정세보고’였지만 ‘공부보다 인성을 키워라’‘기개 있는 사람이 돼라’고 강조했다.
총리원장은 또 칭화대가 세계 일류의 교수진을 갖추고, 모든 강의를 영어로 해서 세계 유수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라는 당부도 했다.
■한국의 대학에서 기초학문을 천대하는 모습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인문학이 위기라는 경고가 나온 지 오래고 그것이 가져올 결과가 어떠할지 두렵기만 하다.
반면 중국은 총리원장과 같은 인물이 대학을 이끌어왔다. 경륜에서 나온 교육방향의 제시에는 강한 힘이 들어있고,그것은 현대를 이끌어갈 인재 배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는 ‘옛 유학자들처럼’ 또다시 이들 뒤를 따라가야 할지 모른다.
/최성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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